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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동물 보호의 아이러니… 보호종 바다사자가 연어 포식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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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일까, 치누크연어일까.
한때 멸종 위기에 놓여 연방법으로 보호 받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 치누크연어와 무지개송어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정부가 보호해 온 희귀동물이 다른 종의 생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WP에 따르면 해양 포유류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들은 남캘리포니아에서 여름 번식기를 보낸 후 늦여름부터 이듬해 5월까지 태평양 해안에 머문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과 만나는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경계의 컬럼비아강에는 매년 5~9월 치누크연어와 무지개송어가 돌아온다. 컬럼비아강 보네빌댐 아래에서 부화한 연어는 바다로 갔다가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오리건주 보고에 따르면 15년 전만 해도 컬럼비아강으로 돌아온 무지개송어가 1만5,000마리 이상이었지만 지난 겨울에는 1,000마리로 줄었다. 오리건주 야생동물보호국은 바다사자가 컬럼비아강 어류를 먹어 치우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해양 식용어 숫자가 감소하면서 바다사자가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온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 내륙에서 바다사자는 희귀동물이었다. 사냥, 홍수, 서식지 감소, 오염 물질로 인해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개체 수가 9만마리 이하로 떨어졌지만 1972년 해양 포유류 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는 30만마리가 넘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어느새 정부가 나서 개체수를 조절해야 하는 포식자가 됐다. 오리건주 정부는 바다사자의 치누크연어와 무지개송어 포식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바다사자 살처분을 허용했다. 지난 10년 간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168마리를 안락사시키고 7마리를 포획하는 등 총 190마리의 바다사자를 없앴다. 오리건주는 이 같은 정책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오리건주가 동물 보호를 명분으로 다른 종을 살처분하는 정책의 확대 움직임을 보이자 동물보호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제거해도 다른 바다사자가 더 많은 컬럼비아강 어류를 먹어 치울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샤론 영 이사는 “포식자들이 선호하는 자연 환경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처분만 고수하는 것은 끝없이 새로운 종의 멸종 위기만 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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