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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훌륭” 치켜세우며 제재 키 움켜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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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 방식이 또 다시 워싱턴 주류의 전통적 접근법을 뛰어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파격적 칭찬에다, 한미동맹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한미 군사훈련 중단 카드까지 스스럼 없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12일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 지도자처럼 대우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워싱턴 외교가는 너무 큰 양보를 했다며 아연 실색한 분위기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준 ‘선물’은 경제적 실리가 아니라 정치 안보적 명분과 레토릭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을 “재능있고 똑똑하다”거나 “훌륭한 협상가”라고 칭찬하며 대등한 지도자처럼 예우해주면서 김 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줬고 북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부응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도 선뜻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에 대해선 비핵화 이행 조치가 진전될 때까지 현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북한을 한껏 치켜세우면서도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해온 경제 제재의 키는 움켜 쥐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협상 방식과는 다르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선 영변 핵시설 냉각탑 파괴 등 북한의 핵 동결 단계에서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졌고,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2ㆍ29 합의에선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에 대한 대가로 식량 지원이 이뤄졌다. 당시에는 북한에 정치적 명분을 주는 데는 인색한 대신, 핵미사일 동결 단계에서 단계적 경제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지원이나 제재 해제 등 북한이 받은 건 전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꾸로 북한에 정치 안보적 명분은 듬뿍 주는 대신, 경제적 실리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확실해지면 한꺼번에 풀겠다는 의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 안보적 명분은 언제든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쉬운 협상카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냉온탕을 오가며 쉽게 바뀌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미 군사훈련도 언제든 쉽게 재개할 수 있는 카드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기면 오히려 더 강력한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할 수 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12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유일한 것은 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쉬운 일이다”면서 “유엔 제재의 경우 재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군사훈련은 누구의 동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80%는 진지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말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접근법은 김 위원장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으로 정치 안보적 명분을 챙겨 군부강경 세력의 반발 등을 무마하며 비핵화 이행 조치를 단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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