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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대체 어떤 이익 얻었나” 공화당서도 쓴소리

입력
2018.06.13 17:56
6면
#워싱턴 정가ㆍ주류 언론 평가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 “만남 기쁘지만 성격 알 수 없어”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합의 없이 北 위상만 높여” 회의론 의회, 北 진정성 입증 요구할 듯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가운데) 상원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과 함께 12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회담 성과에 대해 맹비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가운데) 상원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과 함께 12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회담 성과에 대해 맹비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ㆍ12 북미 정상회담이 포괄적 합의만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데 그치면서 미국 워싱턴 정가와 주류 언론에서 냉정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논의 진전이 엿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상만 높여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존 동맹국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맞물리면서 ‘동맹은 팽개치고 적국 편을 든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공화ㆍ민주당 의원을 인용해 의회에서 “북미 합의가 김 위원장에게 상당한 이익을 안겨줬지만 미국은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불확실하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이 같은 비판에 가세한 가운데 밥 코커(공화ㆍ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쁘지만 (회담이) 정확히 어떤 성격이었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친(親) 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면서도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약속했지만 그들은 이미 (과거에) 두 차례나 이런 말을 했었다”며 합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측 비판은 더 가혹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모호한 비핵화 공언만으로 체제 보장,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약속해 협상 지렛대를 잃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각각 성명을 통해 ‘빈손 회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뚜렷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공동합의문 발표를 서둘러 북한의 위상이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잠룡’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김 위원장은 북미회담을 통해 (정권의) 합법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혜택을 얻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북한의 진정성을 입증할만한 구체적 조치를 계속해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그(김 위원장)가 나를 믿는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를 믿는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텍사스) 의원은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다정하려 애쓰고 있지만, 나는 로널드 레이건 시대 사람”이라며 레이건의 협상 신조로 유명한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일침을 날렸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 백악관이 후속 합의에 이를 경우 의회 비준을 거쳐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연설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회담에서) 북한과 중대한 합의에 도달한다면 협정(treaty)의 형태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이 합의를 따르지 않는다면 ‘최대의 압박’ 정책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리 가드너(공화ㆍ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전쟁 게임’이 아닌 준비태세 훈련과 교환 훈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앨라이사 패러는 즉각 “펜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었다. 그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귀국길에 정례 오찬회 중인 상원 공화당 의원들과 통화하며 회담에 대해 설명했으나, 자리에 있던 의원들은 일제히 “(합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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