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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시 국민연금 분할 기준 두고 복지부ㆍ법원 엇박자

입력
2018.06.13 04:40
19면
판결문에 기간 명시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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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부부가 이혼하면서 국민연금을 나눠 가질 때 가출이나 별거처럼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된 기간은 혼인 기간 산정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혼인 관계가 없었던 기간을 증명하려면 법원 판결문 등을 받아 와야 하는데, 이런 증빙이 없는 협의이혼은 물론이고 이혼소송을 거친 경우라도 판결문에 별거나 가출 기간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20일 이후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하는 사람(62세)이 바뀐 법령의 적용 대상이다.

바뀐 시행령은 이혼한 부부의 분할연금 산정 시 가출ㆍ별거 등 실제로 같이 살지 않은 기간은 혼인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개정 국민연금법이 오는 20일 시행됨에 따라 혼인기간 인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2016년말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넣도록 한 국민연금법 규정은 '부부협력으로 형성한 공동재산의 분배'라는 분할연금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개정 시행령은 민법상 실종 기간과 주민등록법상 거주 불명으로 등록된 기간은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 이혼 당사자 간에 따로 살았다고 합의한 기간이나, 법원 재판 등으로 혼인 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도 뺀다. 다만 실종이나 거주 불명은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인정이 돼 현실적으로는 양자간 합의나 재판 절차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이혼 소송 판결문에는 별거 기간이 적시되지 않거나, 엄격한 증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대다수 이혼소송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재산 형성에 누가 더 기여했는지가 쟁점이지, 별거 기간이 1년인지 10년인지가 쟁점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별거 기간을 쓰더라도 엄격한 증명 없이 한쪽 주장만 듣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판결문에 쓰인 이런 ‘허술한’ 별거ㆍ가출 기간을 기준으로 연금 분할을 하면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판결문에 별거 기간 등을 쓸 때 좀 더 엄격한 입증을 거쳐 쓸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지만, 법원 관계자는 “별거기간 판단이 연금 수급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면 당사자 간 이견이 있을 경우, 판사가 아예 별거기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판결문에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판결문에 별거 기간이 명시되지 않으면 원래대로 결혼 전 기간에 걸친 연금이 분할 대상이 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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