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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빛 해변과 왕도마뱀...코모도의 7가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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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지구의 마지막 공룡’ 코모도왕도마뱀이 사는 섬이 있다. 평범한 녀석들은 악어만하고(봤다), 가장 큰 녀석은 3m가 넘는다고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유달리 큰 몸집을 설명하는 이론에 도서거대화 가설이 있다. 다른 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설이다. 잡아 먹히지 않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몸집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코모도가 실제 공룡의 후손이라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380만년 전, 인도네시아 누사틍가라티무르(일명 플로레스) 섬에서 90만년 전 왕도마뱀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지금도 ‘이 구역 최고의 괴물’로 생태계를 좌지우지한다. 왕도마뱀의 침에는 여러 가지 유독한 미생물이 있어서 물리면 패혈증에 걸려 서서히 죽게 된다. 힘들여 먹이를 사냥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무척추동물과 조류, 포유류(염소ㆍ사슴ㆍ멧돼지)가 주요 먹잇감이고, 자기보다 몸집이 큰 물소도 쉽게 쓰러뜨린다. 물론 사람도 공격한다. 코모도 섬을 돌아보려면 반드시 레인저와 동행해야 한다. 레인저는 왕도마뱀과 섬의 생태에 대한 설명도 하지만 앞이 Y자로 갈라져 있는 기다란 막대기로 공격을 막는 역할도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공격성이 강하고 움직임도 빠르기 때문에 레인저의 통제를 잘 따라야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코모도왕도마뱀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흔히 ‘코모도 섬’이라 부르는 이 지역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고 물으면 참 애매하다. 코모도 섬은 누사틍가라티무르주(州)에 속한다. 누사틍가라의 동부지역이라는 뜻으로, 발리 섬을 제외한 소순다열도의 동쪽이다. 참고로 누사틍가라의 서부지역을 뜻하는 누사틍가라바랏주는 롬복과 숨바와, 두 개의 큰 섬으로 구성된다. 숨바와는 다소 생소할 텐데, 김태희ㆍ비 커플이 허니문을 보낸 섬이다. 한국의 거제도와 크기가 비슷한 코모도 섬에는 약 2,000명의 주민이 산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주요 서식지인 코모도 섬을 비롯해 주변 80여개 섬과 해역은 '코모도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파다르(Padar)와 린차(Rinca) 섬도 국립공원의 주요 섬이다.
코모도 섬 여행상품은 대부분 다이버를 겨냥하고 있다. 코모도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당일 투어와 선상투어로 나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코모도 섬에서는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일 투어의 경우 가장 가까운 항구인 라부안바조에 머물면서 매일 섬으로 오가야 한다. 선상투어의 경우 발리와 라부안바조에서 출발하는 편이 있다. 발리에서 코모도 섬까지는 하룻밤을 꼬박 이동해야 한다. 배의 상태와 일정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3일 55만원부터 6박7일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못을 사용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전통 목선인 ‘피니시(Phinisi)’는 좋은 시설의 편리함과 맞바꿀 수 없는 기품이 있다. 별과 해수온도에 의존해 대항해를 떠났던 시대로 되돌아간 기분도 든다.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다이버들 틈에 끼어 당일 투어를 체험해 봤다. 밤에는 라부안바조의 이국적인 밤 문화를, 낮에는 일대 섬들의 비경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원하는 일정과 동선에 맞춰 바닷속을 맘껏 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 다음에는 다이빙에 꼭 도전하고 싶을 만큼 자극이 큰 시간이었다.
발리와 코모도는 ‘짬짜면’이나 ‘물냉비냉’ 같은 조합이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지만 음식과 문화가 전혀 다르다. 인종뿐만 아니라 동식물,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코모도 국립공원 일대, 그러니까 ‘발리 옆 기타 등등’섬에는 코모도왕도마뱀 외에도 볼거리가 꽤 많다.
각종 여행 매체를 통해 세계 10대 해변으로 자주 소개되는 핑크비치(Pink Beach), 사바나 초원의 장엄한 분위기를 담은 길리라바(Gili Lava), 바다 생물 화석이 뒤덮고 있는 바투 동굴(Batu Cermin Cave), 신들의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울랑 폭포(Cunca Wulang Waterfall), 거미줄 모양의 거대한 논이 있는 짠짜르 마을(Cancar village)이 대표적이다. ‘코모도 섬’이라고만 단정짓기엔 아까운 관광지다. 코모도 섬 일대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일곱 가지만 꼽아 본다.
하나, 린차 섬 트레킹 중 산중턱 바위 끝에서 ‘인증샷’ 찍기. 사진으로는 별것 아닐 듯하지만 정말 무섭고, 어떻게 찍어도 멋지게 나온다. 둘, 만타가오리(대왕쥐가오리)가 가득한 바닷속 구경하기. 스노클링 장비만 착용하고 들어갔는데 바다 속이 온통 시커멓다. 사람 키만한 만타레이가 바닥에 깔려있었다. 아무리 헤엄쳐도 계속 검은 색이라 이 신비한 볼거리가 지겨울 정도다. 셋, 핑크해변의 분홍모래를 병에 담아 편지 써서 보내기. 사실 분홍색으로 보이는 건 모래가 아니라 파도에 휩쓸려 온 붉은 산호 조각과 조개 껍질이다. 이것들이 하얀 모래와 뒤섞어 딸기 우유 빛깔을 띤다. 맨발로 뛰어다녀도 될 정도로 부드러워 보이지만 날카로운 조각이다. 사진 찍을 욕심에 무리하지는 말아야 한다. 핏빛으로 분홍색이 더욱 짙어질 수도 있다.
넷, 라부안바조 시내의 이탈리아 식당 라쿠치나(La Cucina)에서 피자 먹기. 이런 곳에 훌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벽에 유명 카레이서와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다섯, 길거리 옷 가게에서 ‘I LOVE KOMODO’라고 쓰여진 속옷과 티셔츠 사기. 개인이 운영하는 노점에 정말 예쁜 액세서리와 옷이 많다. 충동구매에 주의할 것. 여섯, 플로레스 커피는 꼭 사야 한다. 플로레스 커피 향에는 초콜릿과 꽃, 나무 향이 어우러져 있다. 젖은 상태에서 가공해 묵직한 보디감이 좋다.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나 저렴하다. 보이는 마트마다 들러 사재기를 하고 싶을 정도다. ‘꽃 섬’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플로레스는 수많은 활화산과 휴화산으로 뒤덮여 산세가 험악하다. 화산재는 유기농 커피 생산에 이상적인 비옥한 과즙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는 1,200~1,800m 높이의 서늘한 언덕에서 자라난다.
일곱, 코모도와 (멀리서) 인증샷 찍기.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된다. 한국인 특유의 객기와 허세도 이 섬에서는 안 통한다. 코모도의 빠른 발 놀림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제아무리 용감한 사람도 기를 펴기 힘들다. 그리고 정말 코모도는 위험한 야생동물이고, 공룡의 후손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코모도왕도마뱀의 수는 4,000~5000마리 정도로, 멸종위기 취약단계다. 플로레스 섬에 2,000여 마리, 코모도 섬에 1,700여 마리, 린차 섬에 1,300여 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코모도 섬 일대가 국제적인 관광지여서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인 동식물은 점점 제자리를 잃어가는 게 아닐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룡인 코모도왕도마뱀의 침에 슈퍼박테리아를 없앨 수 있는 성분도 들어있다는데,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아 인류를 구원하는 최초의 공룡이 되기를 바란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DaisyParkKorea@gmail.com
ㆍ사진제공 인도네시아관광청(VIT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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