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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5시간 만에 끝난다면… 큰 성과 기대 못해

입력
2018.06.10 20:20
5면

미 전문가ㆍ언론 여전히 반신반의

빅터 차 “北, 비핵화에 시간 끌 듯”

WP “트럼프, 국제 합의 수시로 파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공보부 제공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공보부 제공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오후 2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 3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한 소식통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이 계획이 ‘잠정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회담을 여는 만큼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짧은 시간 만나고 떠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실제 정상회담에도 불구,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끝내 동의하지 않아 회담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과연 나올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북한이 회담 이후 비핵화 이행에 시간을 끌 가능성이 상당히 큰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국제사회의 합의를 수 차례 무시해 왔던 전례를 볼 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에 위험 요인들이 잠복해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미 정상회담 관련 토론회에서 빅터 차 한국석좌는 “북한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난 지 10~15년 동안 계속 시간을 끌 수 있다”며 ‘신속한 비핵화’라는 미국 요구에 북한이 순순히 따를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미 지도자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급의 최고위급 수준에서 자주 만나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공고한 논의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정상회담은 ‘사진촬영’ 행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회담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시간 끌기’ 가능성을 높게 봤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은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켰다”며 “회담 이후엔 ‘최대 압박’ 전략을 다시 쓰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해외 반출 등 전향적 조치를 취할 순 있겠지만, 전체 비핵화 검증 이행에는 시간을 끌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또한 “외교를 시도해야 하지만 외교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활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군사적 공격은 극도로 위험하다”면서 이제 미국이 사용 가능한 ‘카드’가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기존 국제질서를 수시로 뒤흔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도 낙관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역 전쟁과 이란 핵합의 파기,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의 사례를 거론한 뒤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강화하기보다 외교의 규범을 뒤엎는 데 힘써 온 게 사실”이라며 “그는 거래의 해결사(dealmaker)라기보다 거래를 깨는 사람(dealbreaker)”이라고 꼬집었다. WP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기존 질서의) 붕괴가 아니라, 건설적 거래로 나아갈 역량과 의지를 갖췄는지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접근 ▦대북 협상 전략 논의를 위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급 회의 미개최 등을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여는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깊은 분열상이 드러난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CNN 방송은 “역사적인 회담이라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은 6개월 전만 해도 서로를 모욕하고 비난하는 관계였다는 데 좀더 주목해야 한다”며 “협상의 위치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번 만남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낳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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