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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신뢰구축 기반, 미중 등 협력 이끌어야 평화 정착”

입력
2018.06.11 04:40
6면

종전선언 서명만으론 위험

전쟁 막을 메커니즘 만들어야

정전협정 대체할 평화협정도 필요

“평화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과

여론 조성 등 입체적 노력 펼쳐야”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오후 싱가포르 한 쇼핑몰에서 '가짜 김정은'과 '가짜 트럼프'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9일 오후 싱가포르 한 쇼핑몰에서 '가짜 김정은'과 '가짜 트럼프'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어쨌든 궁극의 목적은 남북의 공동번영이죠. 우리가 비핵화든, 평화든 그것을 통해서 가려고 하는 것은 남북 공동번영입니다. 그 부분은 북미관계 발전, 북일관계 발전이 함께 가야 되는 것이고 아마도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만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북한의 경제개발이나 발전도 남북 간 협력 차원을 넘어 국제적 참여가 이뤄져야만 현실성이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사 사장단과 만나 한반도 평화 여정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 이벤트라고 하는 이유도 이번 회담이 결국 핵과 전쟁 없는 한반도, 남북 공동번영으로 가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더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완성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65년 된 6ㆍ25전쟁 정전협정 체제를 끝내고, 비핵화 과정에 맞춰 북한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주고 받는 일 자체도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북미관계 개선에 따른 미중 경쟁 심화 등 동북아 역학구도 변화, 오랜 분단에 따른 남북 간 이질성 극복 등 체계적ㆍ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난제도 수두룩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선 남북 간 신뢰 구축을 기초로, 우리 사회 내부의 뜻을 모으고,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 협력을 이끌어가는 방향 제시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막을 내리면 6ㆍ25 이후 굳어졌던 한반도 냉전체제는 해체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 북미 정상의 종전선언 서명이든, 원론적 합의를 통한 7월 남ㆍ북ㆍ미 판문점 종전선언이든, 한반도 평화체제의 입구에 들어선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적 구속력 없는 종전선언 서명만으로 평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7일 “종전선언은 쉬운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은 그 다음”이라고 밝혔듯, 종전선언 이후가 더 중요하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0일 “협정을 통해 구조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종전선언을 하고 문서만 작성하면 된다는 ‘희망적 사고’만 갖는 건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일단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 정전협정 대체를 위한 평화협정도 필요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간 불가침조약 체결, 군사적 신뢰 구축 및 군비 통제,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보장,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까지 장기간,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북미 회담 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선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중차대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은 남ㆍ북ㆍ미 3자가, 평화협정은 3자에 더해 중국 등 4자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 전 중국과 2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안전판을 구축한 상태다. 황지환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 위협을 못하게 하려면 중국을 끌어들여 미중이 경쟁하게 만들려 할 것”이라며 “완전한 평화체제는 한번에 되는 게 아니니 낮은 단계에 있다가 높은 단계로 발전하도록 세력 간 신뢰를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 간 신뢰 쌓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남북은 1992년 발효된 기본합의서와 화해ㆍ불가침 등 2개의 부속합의서에 이미 체제 인정, 내정 불간섭, 무력 불사용 및 우발적 충돌 방지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부분의 방안을 담아 놓은 상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세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 구축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평화협정 같은 제도 변화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내면의식이나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고, 평화감수성에 기반한 평화문화, 평화교육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전협정 때 만들어진 유엔사령부를 대체할 평화관리기구 신설, 주한미군의 동북아평화유지군 역할 변경, 남북의 국가보안법과 노동당규약 변경 등 장기적 과제도 여론을 미리 살피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평화프로세스가 역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남북 간 신뢰를 쌓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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