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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이혼하려면 시험보세요” 중국 이혼율 낮추려 황당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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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장쑤ㆍ쓰촨성 등 일부 지방에선
지방정부ㆍ인민법원 테스트 거쳐야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아야 이혼할 수 있다.’
다소 황당한 얘기지만 장쑤(江蘇)성과 쓰촨(四川)성 등 중국의 일부 지방에선 사실이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지방정부나 그 지역 인민법원이 출제하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으면 이혼을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결혼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진다.
장쑤성 북동부에 위치한 롄윈강(連雲港)시는 지난달부터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이혼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테스트에 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3개 부문으로 이뤄진 테스트는 그들의 결혼 생활을 스스로 평가하는 일종의 자가진단이다. 첫번째 파트에선 결혼기념일이나 배우자의 생일 등 총 10개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결혼 생활에서 가장 큰 갈등은 무엇인가’와 같은 4개 질문에 직접 답을 써야 한다. 세번째 파트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 각자가 갖고 있는 결혼에 대한 생각과 이혼 후의 계획을 에세이로 제출하는 것이다.
롄윈강시정부는 지난달 29일 ‘예비 이혼 부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남편과 아내가 각각 0점과 95점을 받자 두 사람에게 상담전문가를 연결해줬다. 테스트를 아예 거부한 남편과 달리 아내의 경우 결혼 생활에 미련이 남은 것으로 판단해서다. 시정부 관계자는 이 테스트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사랑과 결혼, 가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쓰촨성 이빈(宜賓)현 인민법원도 지난해부터 이혼을 원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테스트 내용과 절차는 대체로 롄윈강시와 유사한데 부부가 상대방의 시험지를 채점하도록 하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이 곳에선 지난해 10월 각각 80점, 84점을 받은 부부를 포함해 최근까지 30쌍 가량의 이혼서류 접수를 보류했다. 반대로 점수가 좋더라도 부부 간 애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혼을 허락한다. 인민법원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른 조정 절차의 일환으로 테스트를 실시하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며 특히 이혼 허락 여부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일부 지방에서 ‘이혼고시’라는 별칭이 붙은 테스트까지 실시해가면서 이혼을 막으려는 건 매년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의 경우 2006년 1.46명에서 2016년 3명으로 10년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16년에만 총 420만쌍이 이혼을 택한 반면 결혼 인구는 전년 대비 6.7% 감소한 1,140만명에 그쳤다. 경제성장과 사회변동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가 이혼 급증의 이유로 꼽히는데, 가정의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일부 연구진은 이혼이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육체적ㆍ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혼인과 이혼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 보장 차원에선 중국 사회의 발전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이혼서류 제출자의 70%는 여성이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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