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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편파수사 규탄한다”...여성들 분노 다시 터져 나왔다

입력
2018.06.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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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집회보다 1만명 더 참가

삭발식ㆍ미러링 퍼포먼스 진행

경찰청장에 직접 편지로 항의

여성들 분노 더욱 확산될 듯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한소범 기자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한소범 기자

“변한 게 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또 나오진 않았겠죠!” 몰래 카메라(몰카) 성차별적 편파 수사에 대한 여성들의 성난 목소리가 3주 만인 9일 다시 터져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1차 집회보다 1만명 가량 더 참석해 이들의 분노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법촬영 수사에 대한 검찰ㆍ경찰은 변명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일상적으로 성범죄에 노출되는 두려움은 여전하다. 정당한 보호를 받을 때까지 뜨거운 분노를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범죄수사와 구형과 양형에까지도 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에서 공권력이 수호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 아닌 남성의 안전”이라며 “한국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 책임자인 ‘남성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여성 경찰청장을 선출할 것과 경찰 선발 여자 남자 비율을 9:1로 요구했다. 또 유명 유튜버 양예원 사건과 관련해 불법 촬영자ㆍ유포자 등에 대한 신속한 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삭발식이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 중 미리 신청을 받은 5명의 긴 머리가 싹둑 잘라지는 순간, 일제히 “시원하다!” “상여자!”라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삭발한 참가자는 “여성들이 세상 어딜 가든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전세계 모든 시위에서 삭발은 강력한 의지와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우리는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삭발이라는 행동으로 우리 뜻을 보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몰카 촬영 ‘미러링(Mirroring)’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한 남성으로 분한 집회 참가자가 ‘남성안심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 동안 여러 명이 사진을 찍고 유포하자, “찍지마세요!” “뿌리지 마세요!”라고 외치다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몰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짧은 연극이었다. 또 참가자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낼 편파수사 규탄 편지를 우체통이나 주최 측이 마련한 상자에 넣어 경찰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1차 집회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주최측은 1차 집회 참여 인원(2만명ㆍ경찰추산 9,000명)보다 많은 3만명(경찰추산 1만2,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 집회 종료 시간(오후 6시40분)이 다가와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한 여성의 발걸음이 혜화역 일대에 계속 이어졌다. 마로니에 공원부터 시작된 대기줄은 혜화역 1번 출구를 넘어 대학로 주택가 안까지 약 1㎞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여성들의 집회는 ‘홍익대 미대 누드모델 몰카’ 유출범인 여성 모델이 사건 발생 12일만에 붙잡혀 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를 '편파수사'로 규정하고 시작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몰카 사건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찰이 남성 피해자가 등장하자 전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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