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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 통해 엄마 됐다

입력
2018.06.10 12:00
15면

2월 출산 새끼 유전자 분석 확인

개체 번식에 다양성 확보 길 터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엄마곰 RF-04와 새끼곰이 CCTV에 잡힌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엄마곰 RF-04와 새끼곰이 CCTV에 잡힌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반달가슴곰이 세계 처음으로 인공수정 방식을 통해 태어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구례군 종복원기술원 증식장에 있는 반달가슴곰 어미 두 마리(RF-04, CF-38)가 올해 2월 각각 출산한 새끼 2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개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CF-38이 출산한 새끼 한 마리는 올해 5월 초 어미가 키우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해 인공수정으로 탄생한 새끼는 한 마리만 남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증식장에 있는 네 마리의 암컷 곰을 대상으로 인공수정을 시행했고 그 결과 올해 2월 어미 곰 두 마리가 각각 새끼 한 마리씩을 출산했다. 연구진은 인공수정을 받은 곰들이 자연교미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태어난 새끼를 포획해 유전자를 분석해 인공증식으로 태어났음을 확인했다.

곰과의 인공수정 성공은 쉽지 않다는 게 종복원기술원 측의 설명이다. 곰과 동물들은 수정 이후에 수정란이 바로 자궁에 착상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영양상태에 따라 자궁에 착상하는 ‘지연착상’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인공수정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동면을 하면서 새끼를 출산하는 곰의 특성상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도 충분한 영양상태가 아닐 경우 사산 또는 유산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과 스미소니언 연구소에서도 각각 북극곰과 말레이곰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새끼를 출산한 사례는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 기술원 연구원들이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 번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 기술원 연구원들이 반달가슴곰의 인공수정 번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처럼 성공률이 낮은데도 인공증식에 공을 들인 것은 지리산 반달곰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복원 대상지 내에서 세력이 우세한 일부 개체들만이 번식에 참여하고 있어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곰은 8~9월쯤 증식장 부근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겨 야생 적응 훈련을 받은 후 가을에 방사될 예정이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인공수정 성공을 계기로 반달곰 복원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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