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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폼페이오 대결, 대북 정책만이 아니다

입력
2018.06.07 16:45

이란ㆍ유럽 등 외교 사안마다 마찰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5월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함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5월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함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외교ㆍ안보 참모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대결 구도는 대북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성향이 다른 두 참모가 북한은 물론 이란과 유럽 정책에 있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부하를 경쟁시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포석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외교에 혼선을 부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 직전까지 몰아갔던 대북 외교에서는 일단 폼페이오 장관이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여러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볼턴이 북한과의 회담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눈치채고 몸을 낮추고 있을 뿐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북한과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자주 참석한 뉴아메리카재단의 수전 디매지오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어그러질 경우 볼턴이 곧장 운전대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과 달리 대(對) 이란 정책에서는 볼턴 보좌관이 조용히 주도권을 잡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국무장관직을 맡은 후 이란 핵 합의를 존속하기 위해 유럽과 긴밀히 협의했고 실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 이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는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이란 합의 존속을 원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축소 개최한 탓이라고 NYT는 전했다.

유럽 동맹에 대한 입장 차이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한 이후 5월13일 볼턴 보좌관은 CNN방송에 출연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국가까지 당연히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같은 날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합의 탈퇴는 유럽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볼턴 보좌관의 측근으로 일했고 현재 폼페이오 장관의 명령권 아래 있는 리처드 그레널 주독일 미국대사가 3일 우파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비주류 우파를 지원하겠다”는 도발성 발언을 내놓은 것도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한 볼턴 측 신경전의 일부분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정부 외교의 핵심 관료로 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외정책에 있어 입장이 같은 매파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맡은 역할이 다른 이상 두 인물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두 인물이 같은 매파이기는 하나 국무부 관료제를 혐오하는 볼턴이 국무장관인 폼페이오와 필연적으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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