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사망 일본 소녀, 일기장에 “제발 용서해달라”

입력
2018.06.08 13:27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부모의 학대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는 5살 소녀의 일기장이 공개돼 일본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6일 NHK 등 일본 매체는 지난 3월 도쿄 메로구 가정집 화장실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진 5살 소녀 후나토 유아(船戸結愛ㆍ사진)의 일기장이 최근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아가 직접 연필로 쓴 이 일기장에는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유아는 일기장에서 “아빠, 엄마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내일부터는 제대로 하겠다”며 “용서해달라. 부탁 드린다. 정말 이제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까지 매일 해오던 것도 고치겠다. 바보 같이 놀던 것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유아는 도쿄로 이사온 지난 1월 이후 사실상 집에 감금된 상태에서 하루 1,2끼만 먹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히라가나(일본 문자) 받아쓰기를 하는 등 열악한 상황을 견뎌왔다. 특히 2016년 12월엔 밖에 혼자 웅크린 채로 발견돼 지역 아동 상담소의 일시 보호를 받다가 이듬해 2월 보호가 해제돼 집으로 돌아갔다.

일본 경시청은 사망 당시 유아의 몸무게가 또래보다 7~8㎏ 가량 덜 나갔고, “몸이 많이 야위어 있었다”는 주민 증언 등을 토대로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검 결과, 유아의 몸에선 피하 출혈 등 폭행 의심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경시청은 6일 유아의 아버지 유우다(33)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유우다는 지난 3월 유아가 사망했을 때도 상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폭행 사실을 시인하며 “이전에도 (유아에게) 손을 댄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의 어머니 유리(25)도 같은 날 동일한 혐의로 구속됐다. 유리는 “내 위치가 줄어드는 게 두려워서 학대를 방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우다는 유아의 의붓아버지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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