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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기력도 없고 토하는 노령견 '만성 신장질환'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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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 콩돌이가 밥을 잘 안 먹고 힘이 없는 것 같아요. 어제오늘은 안 하던 구토도 했어요.”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접하게 되지만 그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식욕부진과 기력저하를 이유로 내원하는 경우다. 이 증상들은 보호자의 설명이 모호하기도 하고(보통 언제부터 어디가 아픈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이가 좀 이상하다고 한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뇨검사, 초음파검사 등 몇 가지 검사들이 필수적이다.
콩돌이는 몇 개월 전 요독증과 췌장염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귀여운 13세령의 할아버지 요크셔테리어 환자다. 요독증은 소변으로 배출되어야 할 노폐물(요독)이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돼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을 뜻한다. 그 당시 체액 속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수치가 정상에 미치지 못하는 전해질 불균형과 탈수가 워낙 심했다. 게다가 구토도 지속되어 밥을 거의 먹지 못하다 집중입원치료로 겨우 회복을 하였다. 그 이후에는 숙원사업(?)이었던 치아 스케일링(입 냄새가 너무 심하여 보호자가 강력 요청을 하였다)도 마취 하에서 거뜬히 이겨낸 고마운 녀석이다.
한동안 신장에 좋은 사료와 치료 보조제 투약만으로 잘 지내던 아이가 다시 밥을 안 먹고 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안 좋은 징후였다. 오랜만에 본 콩돌이는 살이 많이 빠졌고 털도 거칠어 보였다. 검사 결과 이전에 보였던 요독증이 다시 심해졌고, 산-염기 불균형, 장운동의 저하, 신장 크기의 위축이 확인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증상으로 콩돌이와 같이 나이가 많은 노령 동물에서 빈번하게 관찰된다.
만성 신장질환은 신장 각 부분의 기능이 저하되어, 체내에 여러 종류의 요독이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되어 전신에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콩돌이에게서 확인되었던 증상이 석 달이나 그 이상 지속되면 만성 신장질환으로 판단한다. 증상의 정도는 다양한데, 필자가 관리하고 있는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도 식욕 저하를 보이는 경미한 환자부터 병원 입원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을 하게 되는 환자까지 있다. 이 질병 치료의 목표는 아쉽지만 신장 기능을 아프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관리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이다.
만성 신장질환의 임상증상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부분의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혈구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조혈촉진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하여 빈혈이 발생한다. 빈혈은 기력저하 식욕부진뿐만 아니라, 호흡이 가빠지거나 쉽게 피곤해 하는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신장 기능의 저하 때문 신장의 혈류가 부족한 상태가 되는데, 이는 되레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계(레닌-안지오텐신계)를 활성화시켜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고혈압은 망막이 안구내벽으로부터 떨어지는 증상인 망막박리와 망막출혈 등의 안구 이상뿐만 아니라 좌심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좌심실 종대), 심장에서 잡음이 들리는 등 심혈관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식욕부진과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장애도 대표적인 만성신장질환 증상이다. 배출되지 못한 요독이 위와 장에 작용하여 각 장기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강 내면을 덮고 있는 점막과 혀의 표층이 파괴되거나 궤양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고, 식욕부진과 구토 등 소화기 장애가 확인되어 간헐적인 수액치료와 위장관 보호제, 항구토제, 식욕촉진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뼈가 약해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신장에서 인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혈중에 인산(인)이 쌓이면서 인과 상극인 혈중 칼슘의 양이 감소하게 된다. 이때 혈중 칼슘을 되돌리기 위해 부갑상선호르몬이 뼈에 있는 칼슘을 빼내 혈액으로 돌리기 때문에 뼈가 약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합병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의 체내 흡수를 막아주는 인산 흡착제를 처방할 수 있다.
다행히 콩돌이 보호자는 이전에 입원치료 경험이 있어서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내원을 했기 때문에 수액으로 탈수교정치료부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혈압과 소화기 장애에 대한 치료, 인산 흡착 치료, 식이 관리를 병행하였다. 콩돌이는 다행히 빈혈 증상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틀 정도 입원치료를 받으니 식욕이 돋고 기력도 회복했으며, 건강할 때 보이던 특유의 애교 섞인 행동들도 다시 보이게 되었다. 이후 신장 수치도 개선되었고 초음파 검사상 장의 운동능력도 많이 회복되어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보호자들은 도대체 뭘 먹여야 하는지를 많이 물어본다. 항상 신선한 물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식단은 신장질환 처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신장질환 처방식은 단백질과 인, 나트륨이 제한되어 있고, 비타민 B, 수용성 섬유질, 신장 기능을 보호해 주는 오메가3과 같은 불포화지방산 그리고 항산화제가 첨가되어 있다. 또한 섭취하는 음식의 열량이 부족할 때, 체내 단백질의 분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칼로리의 섭취도 중요하다. 만성 신장질환에 걸린 경우 일반적으로 식욕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먹기 좋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령동물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단되는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 속도는 환자들마다 다양하고 췌장염, 심장질환, 경련, 빈혈 등 다른 질병도 동반하면 치료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보호자로서 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신장 질병을 미리 진단한다면, 반려동물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더 생존할 수 있다. 결국 만성 신장질환은 병원 치료와 더불어 질병에 대한 보호자의 충분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며, 양질의 음식과 신선한 물의 공급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관리도 치료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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