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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참담한 심정”… ‘내부 수습 불가능’ 판단한 듯

입력
2018.06.07 04:40
1면

‘재판 거래 파문’ 리더십 시험대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서 심경 표출

다수 위원 “검찰 수사 불가피” 의견

고위 법관들 반대 기류 강해 변수

집단 반발설까지 나오는데… 후폭풍 감당해 낼지 우려도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 형사조치 여부 결단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리더십이 백척간두의 시험대에 올랐다. 3,000명 법관 사이에서 형사조치를 싸고 노ㆍ소장 판사 입장이 확 갈리는 만큼, 사법수장이 어떤 결론을 내든 내홍이 심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분위기로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내부적인 수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심증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이 주관한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참담하다’는 말을 사전으로 보니 ‘몹시 슬프고 괴롭다’고 나오던데 (조사결과를 본) 심정은 그 말로도 표현이 다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행정권 남용은 물론 이와 맞물린 삼권분립 훼손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변호사와 교수, 언론인 등 외부인이 주로 짜인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서 다수 위원들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개별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은 “대법원 특별조사단 3차 조사결과 발표로도 행정처가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의혹 파문이 수습되지 않은 이상 검찰 수사 없이 덮는 식의 매듭짓기로는 사법부에 더 부담이라는 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 등 각 법원 소장판사(단독ㆍ배석)들이 잇따라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결의를 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전직 수뇌부가 퇴직으로 징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시를 따른 당시 심의관(판사) 등 하급자만 징계하고 종결하는 것도 진정한 사태 수습이 아니란 법원 내외부 인식도 검찰 수사 쪽에 무게를 싣는다.

김 대법원장이 추가 문건 공개도 고려 중인 점을 감안하면 파문은 당분간 계속될 터라 수사 요구가 더 거세질 국면이기도 하다. 복수의 사법발전위 위원과 일선 판사들은 특별조사단이 5일 공개한 행정처 98개 문건 외에 조사대상으로 추린 410개 파일문건을 모두 공개하라는 의견을 냈다. 김 대법원장이 특별조사단을 구성하며 사법부 스스로 힘으로 숨김 없는 조사를 약속한 만큼 모든 문건 공개도 마땅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법원장과 현 행정처 등 사법 수뇌부가 직접 고발조치 카드 등을 꺼내야 한다는 ‘강경 모드’ 요구는 주된 기류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사법발전위에서도 “수사는 피할 수 없다만 그렇다고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형식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앞섰다. 한 위원은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면 그 자체로 유죄라는 인식을 주고,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시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며 “무엇보다 결국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 터인데 고발 주체가 심리하는 상황이 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 소속 등 위원 2명은 대법원장의 직접 고발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 내 영향력이 큰 고위 법관을 중심으로 법관과 재판 독립 침해 문제를 들어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김 대법원장이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 5일 처음으로 집단적인 수사반대 의견을 냈고, 7일 예정된 전국법원장간담회도 결론에 따라 논의의 흐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내용까지 듣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나 일각에선 벌써부터 집단 반발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후폭풍을 제대로 감당해 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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