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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통째로 묻혔다”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 폭발 참사

입력
2018.06.05 17:12
12면

상공 10㎞까지 화산 기둥

화산쇄설류 순식간에 마을 덮쳐

최소 69명 사망… 더 늘어날 듯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이 2차 폭발한 4일 화산재를 뒤집어 쓴 생존 주민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을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이 2차 폭발한 4일 화산재를 뒤집어 쓴 생존 주민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마을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이 2차 폭발한 4일 무너진 마을 앞에서 한 주민이 어딘가 전화를 걸며 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이 2차 폭발한 4일 무너진 마을 앞에서 한 주민이 어딘가 전화를 걸며 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 폭발 당시 모습. 거대한 회색 연기 기둥이 산등성이를 따라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불의 화산이라 불리는 푸에고 화산 폭발 당시 모습. 거대한 회색 연기 기둥이 산등성이를 따라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엘 로데오=AFP 연합뉴스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엘 로데오는 그대로 묻혀 버렸다.”

4일(현지시간) 다시 폭발한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은 삽시간에 한 마을을 집어 삼켰고, 최소 6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화산 잿더미 속에 산 자도, 죽은 자도 회색 먼지 구덩이를 뒤집어 쓴 채 석고상처럼 꼼짝 없이 갇혀 버렸다. 고대 로마 제국 시절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 순간에 사라졌던 폼페이의 악몽이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과테말라 서남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푸에고 화산은 스페인어로 ‘불의 화산’이란 이름답게 미주 대륙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화산 폭발은 상공 10㎞까지 화산 기둥이 치솟아 위성사진에 고스란히 찍힐 만큼 위력이 컸다. 화산재가 뒤덮은 마을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고, 사망자도 삽시간에 늘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용암 마그마뿐 아니라, 바위와 가스, 잿더미가 뒤섞인 화산쇄설류가 폭발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화산쇄설류는 분화구 주변의 혼합물이 대규모로 분출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순식간에 지표를 뒤덮어 사람의 힘으로는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다.

최근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킬라우에 화산 폭발의 경우 붉은 색 화염이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내리는 반면, 푸에고 화산은 회색의 거대한 연기 기둥이 치솟으며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킬라우에 화산 폭발 현장에선 주변 지역 사람들이 골프를 치며 화산 분출 광경을 지켜보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화산쇄설류 폭발의 경우 경사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시속 700㎞로 흘러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가 순항하는 속도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동영상을 보면, 엘 로데오 마을 근처 주민들이 다리 위에 올라 산 너머 보이는 폭발 장면을 촬영하다, 무섭게 돌진해 오는 검은 연기 기둥에 놀라 뒷걸음질 치고 있다. 주민들이 서 있던 다리는 불과 15초 만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미국 CNN 방송은 엘 로데오 마을이 화산 분화구 근처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컸다고 분석했다.

화산 활동은 잦아들었지만, 피해 지역은 여전히 지옥을 방불케 한다. 아직 화산재 속에 수많은 실종자들이 묻혀 있고, 심한 화상을 입은 부상자도 속출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구조 작업도 쉽지 않다. 700도가 넘는 펄펄 끓는 화산재 열기 속에 구조대원들은 숨 조차 제대로 쉴 수 없고, 신발마저 녹아 내려 진입과 철수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과테말라 국가재난관리청은 이번 화산 폭발로 170만명이 화산재 흡입 등으로 인한 간접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라도 내릴 경우 이미 쏟아져 내린 화산재가 진흙으로 바뀌어 산사태 위험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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