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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우먼파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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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극장가에 여풍이 분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남성 서사에 희생되지 않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 자주 만나기는 오랜만이다. 장르도 범죄물부터 다큐멘터리, 코미디, 휴먼드라마, 액션 누아르까지 다양해서 더 반갑다.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8’(13일 개봉)은 여풍의 선두에 서 있다. ‘오션스 11’(2002) ‘오션스 12’(2005) ‘오션스 13’(2007)으로 이어지며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션스’ 시리즈의 신작이다.
11년 만에 돌아온 ‘오션스’ 시리즈는 여성 캐릭터들로 새 판을 짰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간판 배우들이 떠나고, 샌드라 불럭과 케이트 블란쳇을 필두로 앤 해서웨이, 민디 캘링, 세라 폴슨, 리애나, 헬레나 보넘 카터, 아콰피나 등 여자배우 8명이 똘똘 뭉쳐 신선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뉴욕 최대 패션쇼에 참가한 톱스타(앤 해서웨이)의 1,5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디자이너, 보석 전문가, 소매치기, 해커 등 각 분야 범죄 전문가들의 활약을 그린다.
‘오션스 8’에 앞서 ‘아이 필 프리티’(6일 개봉)와 ‘밤쉘’(7일 개봉)이 스크린을 예열한다.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은 여성의 당당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아이 필 프리티’는 여성의 외모를 규격화하는 사회에 통쾌한 어퍼컷을 날린다. 통통한 몸매에 주눅든 주인공 르네(에이미 슈머)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다 머리를 다친 뒤 자신이 예쁘다는 착각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르네의 자신감과 열정은 자신은 물론 주변도 변화시킨다.
‘밤쉘’은 빼어난 외모에 가려져 진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할리우드 톱스타 헤디 라머(1913~2000)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라머는 ‘엑스타시’(1933)로 데뷔해 ‘붐 타운’(1941) ‘삼손과 데릴라’(1949) 등에 출연한 1940년대 섹시 심볼로, 백설공주 캐릭터의 모델이자 캣 우먼 탄생에 영감을 준 배우다. 동시에 그는 위대한 과학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이 어뢰 공격을 당했다는 소식에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하는데, 이 기술은 오늘날 무선인터넷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술의 초석이 됐다. 하지만 유대인, 이민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허권을 박탈당하면서 그의 업적은 오랜 세월 잊혀져 있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배우 수전 서랜던은 “여성은 모순적이고도 다면적인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아름다움과 똑똑함 등 많은 특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영화 ‘거룩한 분노’(28일 개봉)는 1971년 스위스를 배경으로 여성 참정권 투쟁을 그린다. 당시 금기시됐던 여성의 성 문제까지 유머러스하게 녹여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한국 영화들의 시선도 여성을 향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8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0명과 변호인단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운 23번의 법정 투쟁이 ‘허스토리’(27일 개봉ㆍ감독 민규동)에 담겼다. 영화의 주제도 특별하지만, 한국 영화에서 조연에 머물러 온 중견 여자배우(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들이 전면에서 힘을 발휘한 작품이라 더 눈길을 끈다. 배급사 NEW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와 묵직한 메시지가 울림을 전할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신세계’(2013)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도 이달 중 개봉할 예정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 자윤(김다미)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청불 누아르 장인’ 박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여성 누아르 세계가 흥미를 돋운다. 주인공 자윤을 연기한 김다미는 1,000대 1 경쟁률을 뚫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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