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트럼프 바라는 가시적 비핵화, 김정은 수용 여부가 1차 관문

입력
2018.06.03 19:00
4면

1. 북미 통큰 협상 성사될까

美, 핵무기 등 신속한 반출 요구

北, 체제보장 전 수용할 지 의문

2. 美 꺼내들 체제보장 카드는

최우선 유인책은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ㆍ북미수교 등 거론

3. 첫단계 합의 이행 언제까지

연말까지 양측 1단계 이행한 뒤

美재선 걸린 2020년 완료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어떤 식으로 주고받을지를 놓고 북미가 벌일 ‘세기의 담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로 북미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하면서다. 상호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거래인 만큼 어떻게든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오랜 적대 관계에서 쌓인 불신을 일소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른 시기에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고 보상 약속의 명분을 만들어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①北, ‘先비핵화’ 수용할까

일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은 풀린 것 같다. 김 부위원장 접견 뒤 그가 보인 반응으로 미뤄서다.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남은 건 ‘의지의 가시화’다. 미국의 입장은 ‘보유 중인 핵탄두와 이를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일부라도 가급적 빨리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자’는 것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때 폐기 대상 범위를 핵무기 전부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등으로 넓히는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회담이 좌초할 뻔했지만, 11월 중간선거 전에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원하면서 요구 수준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이 덥석 받을지는 미지수다. 수십년에 걸쳐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핵무기를 확실한 담보도 없이 내놓기가 쉽지 않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체제 보장을 받으려 만든 핵을 체제 보장 전에 먼저 포기하라는 건 협상을 하지 말자는 뜻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출 폐기 방식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저명한 핵 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교수(전 로스앨러모스 무기연구소장)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규모 핵 시설과 무기고를 가진 북한의 핵무기를 나라 밖으로 이전하는 건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②美, 뭘로 北 안심시킬까

북한의 ‘통 큰 양보’를 이끌어낼 미국의 최우선 유인책은 ‘종전(終戰)선언’인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 면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12일에 한국전을 끝낼 거냐’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다”며 “그것에 대해 얘기했다”고 답했다. 면담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하는 방안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및 군사적 안전 보장을 우선적으로 바라는 북한에게 제공하기에 종전선언은 미국으로서도 가장 현실적인 약속 중 하나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상징적이지만 평화협정 체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기 안전 보장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완전한 비핵화’(CVID)와 최종 교환되는 ‘확실한 체제 보장’(CVIG) 패키지로는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등이 거론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경제적 보상보다 불안 해소와 제재 해제로 정상적 경제 활동을 보장 받기를 북한은 더 많이 원할 것”이라고 했다.

③1단계 교환 언제까지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애초 ‘신속한 일괄 이행’을 바랐던 미국과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원했던 북한이 찾은 절충점은 시한(時限) 설정과 단계 압축이 될 공산이 크다.

핵심 합의 내용은 첫 단계 교환 시점이 언제일지다. 일단 올 연말까지를 1단계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2020년을 완성 단계로 각각 설정하는 ‘2단계 해법’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제안인데, 북미 모두 1단계 시한이 6개월 정도면 수용할 만한 접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교환 카드 관련 이견이 북미 간 사전 접촉에서 좁혀지지 않을 경우 기한이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최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조정 등이 북한의 단기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