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김용익 건보 이사장 “문재인 케어로 손해 보는 사람은 없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비급여를 급여로 바꿔
급여 항목 이운 수준을 평준화
비효율 없애 생기는 이익
환자와 의사가 나눠 가져
건보 재정은 옆으로 샐 경로 없어
국민에게 합리적 이유 제시하고
보험료 인상 설득할 수 있어
술에도 건강증진기금 부과해야
김용익(66)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는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의약분업과 지역ㆍ직장 의료보험 통합, 건강보험공단 출범 등 국내 건강보험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주도해온 김 이사장은 이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모든 비급여(비보험)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로 경력에 정점을 찍으려 한다. 그러나 의사 직역단체의 저항이 거세다. 강경 보수 성향의 최대집 후보가 ‘문재인 케어 저지’를 내걸고 지난 3월 신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당선되면서 투쟁은 더 격렬해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의협 주장에 존중하고 경청해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다”면서도 “국민들의 병원비 걱정을 없애주려면 문재인 케어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_우리 건강보험 제도는 지금도 외국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던데, 의협이 반대하는 문재인 케어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63%대 건강보험 보장률(2016년 기준)은 내가 청와대 사회수석을 하던 참여정부 때 이미 이룬 수준으로 10여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건강보험이 되는 의료의 보장성을 아무리 늘려도 비급여가 더 빨리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에 보장성이 낮아진다. 그런데 이런 비급여를 다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면 풍선효과가 일어날 여지가 없어진다. 이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_풍선효과가 왜 생기는 건가.
“급여 항목은 비급여 의료행위보다 가격이 싸고, 어떤 때는 원가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급여가 많아지고 비급여 영역이 줄어들면 의사들은 병원의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새로 비급여를 만들거나 기존 비급여의 가격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내가 병원 원장이라도 그렇게 할 거다(웃음).”
_환자한테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주고, 의사에게는 섭섭하지 않게 적정수가를 챙겨주겠다는 건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이익이면 손해는 누가 보나.
“현재는 비급여가 급여보다 이윤이 많이 남고, 급여 의료행위 사이에서도 이윤 격차가 크다. 그러다 보니 (급여 처치가 이뤄져야 할 때 비싼 비급여 처치가 대신 이뤄지는 등)의료 공급이 왜곡돼 비효율이 발생한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급여화 하고, 급여 항목들의 이윤 수준을 평준화 하겠다는 것이다. 비효율을 없애 생기는 이익을 환자와 의사가 나눠 갖는 것이므로 손해 보는 사람은 없다.”
_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실시한 건강보험 가입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9.5%는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보험료 추가 부담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런 이율배반은 어떻게 풀 건가.
“(건강보험료 인상 여부를 묻는)설문조사를 하면 언제나 그런 결과가 나온다. 세상에 보험료 올려도 좋다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리가 있나. 하지만 국민들에게 합리적으로 이유를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세금과 달리)돈이 옆으로 샐 경로가 전혀 없다. 공단 운영비 빼고는 전부 의료를 위해 쓰인다. 안기부(국정원) 돈을 가져다 썼다는 소리는 있어도 역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갖다 쓴 일은 한 번도 없었다.”
_민간 실손보험 가입자는 문재인 케어를 안 해도 비급여 병원비를 보장 받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이들에게도 이익인가.
“건강보험 보장률이 63%이기 때문에, 실손보험 보장률은 최대 37%밖에 안 된다. 건강보험료는 평균 10만원임에 비해 실손보험은 평균 30만원에 달한다. 보장은 절반밖에 안 해주는데 보험료는 세 배에 가까운 거다.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문재인 케어가 실시되면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실손보험에 들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해 줄 수 없는 상병수당(병원 입원시 생활비 지원 등)을 지원하는 형태 등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_건강보험 재정 우려가 여전하다. ‘5년간 30조6,000억원으로 되겠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소요와 고령화 등 다른 변수로 인한 부담을 혼동해선 안 된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를 급여로 바꿔 전체적으로 통제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_7월부터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개편된다. 그간 소득이 있음에도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던 36만명은 건보료가 부과되는데, 민원이 빗발치지 않겠나.
“보험료 부과 업무 경험이 풍부한 퇴직 직원 140여명을 전국 지사에 배치하고, 전 직원에게 사이버 교육 등 수시 교육을 하고 있다. 6월부터 언론을 통해 집중 홍보도 할 거다.”
_담배에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귀속되는 건강증진기금이 부과된다. 사회적 비용이 담배 못지 않은 술에도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럴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술에도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굉장히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리가 술에 너무 관대하다고 비난한다. 술을 규제하고 술을 덜 마시게 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프로필
▦1952년 충남 논산 출생 ▦서울고, 서울대 의대, 서울대 예방의학 박사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제19대 국회의원(민주당 비례대표), 민주연구원 원장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