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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장인 제대로 된 시급 받게 도와주세요” 의대생 딸 국민청원

입력
2018.06.01 09: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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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 가입 안 되고

제화 회사만 배 불리는

소사장제 없애 주세요”

5월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제화공장에서 제화공이 작업을 하고 있다.
5월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제화공장에서 제화공이 작업을 하고 있다.
5월 29일 성수동 제화 공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제화공.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마지막 한 술은 입에 넣은 채로 일을 다시 시작한다.
5월 29일 성수동 제화 공장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제화공.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마지막 한 술은 입에 넣은 채로 일을 다시 시작한다.
성수동의 제화 공장.
성수동의 제화 공장.
성수동 제화공의 손. 오랜 노동으로 인해 손가락이 비틀리고 마디는 굵어지는 등 변형이 왔다.
성수동 제화공의 손. 오랜 노동으로 인해 손가락이 비틀리고 마디는 굵어지는 등 변형이 왔다.

최빛나(25)씨 아버지는 서울 성수동 제화공이다. 40년 경력인데도 켤레당 5,500원의 공임을 받는다. 최저시급(올해 7,530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는 20년째 그대로다. 보다 못한 딸이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구두 장인들이 제대로 된 시급을 받을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그의 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800여명이 동의했다.

최씨가 국민청원을 결심한 계기는 성수동 제화공의 열악한 현실을 다룬 한국일보 기사(“최저시급도 못 법니다” 40년 구두 장인의 옹이 손)였다. 그는 이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빠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뉴스를 보면 최저시급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는 것 같은데 유독 아빠만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고된 노동의 가치를 무시당한 채 전전긍긍하는 아버지 모습은 딸이 어엿한 의대생으로 자란 지금도 여전하다. 최씨는 “아빠는 봄 여름 성수기엔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서 밤 12시에 들어온다. 그렇게 월 200만원대 중반을 벌어 여름, 겨울까지 먹고 사는데 세금에 식사비, 간식비까지 내야 한다”고 했다.

돈벌이가 궁한 아버지는 최근까지도 공임을 100원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왔다. 그때마다 공임을 떼이는 일이 잦았지만 하소연할 곳 하나 없었다. 최씨는 “요즘엔 아르바이트생도 노동청에 신고하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아빠는 ‘사장님’이라 얘기를 꺼낼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래서 청원 글에도 제화공에게 강요되어 온 ‘소사장제’의 폐지를 요구했다. ‘4대보험은 가입이 안 되며 퇴직금도 거의 없고 가게 점주 및 제화 회사들만 배불리 돈을 벌게 하는 이 제도를 없애 주세요. 노동자에게 사업자 등록증을 내게 만들어서 세금까지도 분배시키는 이런 행태,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원 마감은 오는 30일까지이며 기간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최빛나씨의 청와대 국민청원 보러 가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56469?navigation=petitions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최빛나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5월 31일 오후 9시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최빛나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5월 31일 오후 9시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성수동 제화공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한국일보의 5월 31일자 ‘View&(뷰엔)’ 기사.
성수동 제화공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한국일보의 5월 31일자 ‘View&(뷰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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