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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는 해병? 포항 먹여 살리는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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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39, 포항시 해병대 마케팅]
해병대 전역예정자 투어 8년째
한해 평균 3500여명 참가
“평생 못 잊을 추억…” 큰 호응
한미연합훈련 참가 美해병 대상
훈련소 입소자 가족투어도 인기
해병대의 지역생산효과 1600억
전우회원 문화축제 열기 뜨거워
국비 2억원 지원까지 받게 돼
올 블랙이글스 에어쇼도 추진
“와- 경북 포항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았는지 몰랐네요.”
지난달 18일 오전 포항시가 최근 조성한 남구 임곡리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주차장은 수십 명의 군인으로 북적거렸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장병들은 대형 전망쉼터 뒤로 펼쳐지는 영일만 바다 풍광에 하나 둘 휘둥그래졌다.
해병대1사단 최성호 병장은 “군 복무로 2년간 포항에 머물렀는데도 이렇게 멋진 곳이 많았는지 몰랐다”며 “전역해 집으로 돌아가면 조만간 친구들과 함께 다시 와 구석구석 가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최 병장 외에도 해병대 전역예정자 160명이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를 둘러봤다. 이어 해맞이 명소인 호미곶, 보경사, 포스코 역사관 등을 견학했다. 이들 모두 제대를 일주일 앞둔 장병이다. 이날 포항시가 마련한 해병대 전역예정자 투어에 참가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포항 곳곳을 둘러봤다.
포항시가 관광 홍보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병대 장병은 물론 150만 명에 달하는 전역자를 상대로 펼치는 다양한 마케팅이 호응을 얻고 있다.
포항에는 해병대1사단과 해병대 교육훈련단, 해병대 군수단이 있다. 3곳에서 복무중인 군인은 1만 명이 넘는다. 부대가 있는 남구 청림동 인구가 5,500여명 인 점을 감안하면 2배 더 많은 인원이다.
해병대원 대부분이 부대 내 거주하지만 군무원 등 밖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군인도 2,000명이 넘는다. 부대 인근의 남구 오천읍과 청림동, 동해면 상가는 포항 해병대가 먹여 살린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4년 11월 포항환동해미래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한 ‘해병대 주둔이 포항지역에 미친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영향’에 따르면 해병대는 포항에 연간 1억3,000만원의 주민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포항지역에 연간 약 1,288억 원의 규모의 소비 활동을 해 당시 포항시 예산 1조523억 원의 1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부대 내 각종 공사 및 식자재ㆍ비품 구입 등으로 한 해 1,692억 원의 생산효과와 762억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포항 해병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독 끈끈한 해병대의 전우애도 포항시가 마케팅 대상으로 삼은 이유 중 하나다. 해병대는 ‘해병 출신 3명만 모이면 전우회를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결력이 강하다. 시ㆍ군ㆍ구 단위까지 200개가 넘는 지부가 있고 해외에도 80개 이상의 지회가 있을 정도다. 더구나 해병대 신병은 포항에 있는 하나의 훈련소를 거쳐간다. 생면부지의 해병 출신이라도 만나면 기수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ㆍ후배 라는 호칭이 나온다.
포항시는 해병대만의 끈끈한 전우애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중 가장 참여자가 많은 행사는 제대를 일주일 정도 앞둔 장병들이 포항 명소를 둘러보는 투어다. 매달 두 차례씩 진행되는데 오전 9시부터 포항지역 주요 관광지를 누비며 점심을 먹고 오후 4시 마무리하는 당일코스로 짜여 있다. 포항시가 해병대와 협의해 약속된 날짜에 관광버스 4대를 부대 앞으로 보내면 160명 정도 탑승해 예정된 코스를 돈다.
전역예정자 포항투어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시작됐다. 한 해 평균 3,500명이 참여한다. 포항시는 투어가 끝날 때쯤 설문조사도 갖는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해병대1사단 관계자는 “하루짜리 투어지만 장병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고 있다”며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각자 포항 홍보대사가 되는 셈이어서 기획의도도 좋고 호응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해병대 포항투어를 훈련소 입소자 가족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입소장병 가족투어 대상자는 포항시청 홈페이지와 해병대 등을 통해 선착순으로 40명을 모집한다. 가족들은 부대 앞에서 대기중인 관광버스에 탑승, 오후 3시간 정도 포항지역 관광명소를 둘러보게 된다. 입소장병 가족투어 행사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돼 해마다 5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을 대상으로 한 포항투어도 있다. 포항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 캠프무적의 요청에 따라 지역 저소득ㆍ다문화가정의 어린이와 함께 관광 명소 여러 곳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미해병 포항투어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 한 해 2, 3차례 이뤄지며 한 번에 40명의 미군이 참여한다.
포항시는 지역 유명 음식점과 숙박업소에 군 장병을 위한 할인도 유도하고 있다. 식당 85곳과 숙박업소 33곳이 참여 중으로, 부모면회 등으로 외출한 장병은 5~20% 저렴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병대1사단에 아들이 복무 중인 김모(52ㆍ경기 화성시)씨는 “다른 지역 부대는 주변 펜션 등을 예약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데 포항 해병대는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고 유명 음식점도 많아 바가지 쓸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해병대를 상대로 한 다양한 마케팅이 호응을 얻자 한 발 더 나가 축제를 계획, 지난해 6월 10일 포항해병대 문화축제를 열었다. 3일간 진행된 축제는 해병대 전우회원은 물론 가족들, 관광객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얻었다. 첫 행사인데도 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병대문화축제는 해병인 체육대회와 서바이벌 게임, 기수 찾기 등 전역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해상퍼레이드 상륙시범, 가요제 등도 펼쳐져 시민과 관광객도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날은 해병대가 축제 개최에 대한 보답으로 포항 부대 개방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행사 3일간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해병 전역자와 관광객들로 축제가 열린 포항 종합운동장과 형산강 일대는 주변 모텔 등 숙박업소와 식당 매출이 크게 올랐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2억 원의 국비도 지원받게 됐다.
포항시는 올 10월20일부터 3일간 제2회 해병대문화축제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공군 특수비행팀이 초청돼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펼쳐지고 민간 동호회와 합동으로 고공강하 경연대회도 열릴 계획이다.
김규만 포항시 국제협력관광과장은 “해병인들의 제2의 고향인 포항을 소개하고 해병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해병대와 동반 관계를 구축해 해병의 위상을 높이고 동시에 포항은 관광 홍보와 지역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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