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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치료도 못 받나… 어머니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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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이상과 두통 치료를 위해 찾은 충남 노인전문병원에서 어머니는 입원 두 달 만에 뼈가 부러지고 전신에 염증이 퍼져 죽어가고 있습니다. 입원할 때만 해도 혼자 화장실도 가고 매일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큰 문제가 없었어요. 어머니를 제발 살려주세요.”
29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환자안전의 날 기념 ‘환자샤우팅카페’에서 김인규씨는 ‘요양병원에서 위협받는 환자안전’을 주제로 자신과 어머니가 병원에서 겪은 황당한 일들을 털어놨다. 환자샤우팅카페는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쏟아내고, 참석자들이 서로 위로하며, 전문가들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사다.
김씨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머니는 2016년 11월 19일 충남 N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거동이 불편해졌고, 욕창이 생기더니 두 달 만에 패혈증이 와서 다른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됐다.
중환자실에서 검사 도중 우연하게 왼쪽 고관절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N병원 입원 열흘 만인 2016년 11월 29일 어머니가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넘어졌는데 병원 측은 검사해보겠다고 말만 하고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의무기록지를 확인한 결과 넘어진 다음날 열이 났고, 그 다음날에는 혼자 움직이기도 힘들어 했을 정도였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은 12월 초부터 어머니 혼자 움직이는 것을 금지했고, 기저귀를 차고 침대 위에서 대소변을 보도록 했다. 간병인은 가림막도 없는 병실에서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는 와중에 기저귀를 갈았다. 당시 어머니 팔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한 김씨는 평소 ‘N병원 의료진과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학대하고 폭행도 한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병원에 폭행한 것 아니냐고 따졌더니 그제서야 “그 간병인을 해고했다”며 폭행을 인정했다.
12월 중순부터 어머니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식사, 양치, 전화통화도 혼자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2017년 1월에는 식물인간처럼 누워 지내야 했다. 김씨는 “그 병원에서는 팔, 다리를 침대에 묶는 신체보호대를 자주 사용한다고 알고 있어서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치매가 심한 환자나 간병인이 조금 힘들다 싶을 때는 아예 밥도 안 주고 환자를 묶어두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누운 자세를 바꾸지도 않고 방치되다가 어머니는 결국 욕창까지 생겼다.
가족들은 N병원에서 “탈출했다”고 표현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B병원 중환자실로 옮겼다. 여기서 고관절 수술을 4번이나 받으면서 건강은 더 악화됐다. 걷기는커녕 간병인 없이는 혼자 앉지도 못하는 중증환자가 됐다. 두 번째로 옮긴 요양병원에서 담당의사는 “요양병원은 죽으러 오는 곳이지 치료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라며 의료행위를 거부했다. 대학병원에서는 무리하고 미흡한 수술 때문에 어머니의 왼쪽 다리가 마비됐고, 주변 뼈와 살이 녹아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상일 울산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나라 요양병원 인증 기준이 매우 낮은데 인력, 시설 기준 등을 실제로 환자들이 요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 병원을 조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곳뿐 아니라 전반적인 요양병원 실태 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간병인 양성, 교육도 개선해 인권침해, 폭행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하는 환자샤우팅카페는 이날로 22회를 맞았다. 첫 행사는 2012년 6월 27일 열렸으며, 첫 참가자는 의료진이 정맥주사제를 잘못 주사해 숨진 고 정종현군의 어머니 김영희씨였다. 김씨는 의료사고를 막아 제2, 제3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고, 일명 ‘종현이법’인 환자안전법(2016년 7월 29일) 제정의 계기가 됐다. 이날 제1회 환자안전의 날 기념행사는 보건복지부가 종현군이 사망한 날(5월 29일)을 기려 제정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인규씨 외에도 고 김재윤군 어머니 허희정씨 (관련기사: 골수검사 받다 숨진 아들 “엄마는 숨 쉬는 것조차 미칠 지경), 고 전예강양 어머니 최윤주씨(관련기사: 코피 흘려 응급실 갔다 사망한 예강이를 아십니까) 등이 자녀를 떠나 보낸 심정을 토로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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