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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트럼프로부터 무례를 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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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때 빚어진 ‘외교 결례’ 논란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
트럼프 즉흥적 성격으로 외교 논란 수차례 빚기도
“통역은 필요 없다. 왜냐하면 예전에 들어봤던 내용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후 이같이 말했다. 당장 일부 언론들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외교 결례를 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청와대가 “전체적 맥락과 분위기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무례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의 좌충우돌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일을 문 대통령의 외교 참사로 깎아 내리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미 정상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 정상회담에 돌입하기 전 취재진으로부터 현안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담을 위한 문 대통령의 역할’을 질문 받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말을 통역으로 듣지 않고 기자회견을 끝내 버렸다. 백악관이 제공한 원문을 보면 “And I don’t have to hear the translation because I’m sure I’ve heard it before”(통역을 들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전에 들은 말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으로 쓰여 있다.
논란은 회담에 들어갔던 ‘풀(pool) 취재단’이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번역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미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오역 논란’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풀 정리 발언은 취재단의 ‘종합 취재’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4일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정확히 현장 상황이 들리지 않으면 현장 기자들이 모여 최종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좋은 말”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당시 통역이 그렇게 해석할 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당시 취재진들도 농담이 오갔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보고 있다. 30여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을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려는 상황에서 “무슨 대답인지 아니까 안 들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결례’ 논란은 해외 정상 만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을 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몸매가 아주 좋다(You are in such good shape)”고 했다.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때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손등을 토닥였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영국이 미국의 푸들이었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고 혹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워싱턴을 처음 방문한 메르켈 총리가 ‘악수 하자’고 하자 못 들은 척을 했다. 올해 4월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누군가가 우리 참전 군인을 나쁘게 대접하면 우리는 그들을 빠르게 해고할 수 있다. 독일에서 사람들을 빠르게 해고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통역 논란’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 대통령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결례를 당했다”는 표현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례를 했다”는 표현이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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