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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위험 지구근접소행성, 올해 최소 387개 날아온다

입력
2018.06.02 10:00
16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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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63빌딩(높이 274m)보다 최대 2.4배 큰 소행성(2001 KB67)이 지구를 지나갔다. 지름이 290~650m 사이로 추정되는 이 소행성은 이날 오전 10시 46분(한국시간 기준) 초속 13.33㎞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구에서 596만2,971㎞ 떨어진 지점까지 왔다가 멀어졌다.

지구 궤도 근처로 접근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이러한 소행성을 지구근접소행성(Near Earth ObjectsㆍNEOs)이라 부른다. 올해 1~5월 총 360개의 NEO가 지구 인근을 지나쳤다. 궤도를 추적 중인 NEO 가운데 6월부터 연말 사이 지구로 다가오는 게 확실한 NEO만 27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16년에는 726개, 지난해에는 860개의 NEO가 지구 주변을 통과했다. 그중에는 지구에서 5만863㎞ 거리까지 접근한 지름 12~27m의 소행성(2012 TC4ㆍ지난해 10월 12일)도 있다. 정지궤도 위성이 있는 상공 3만6,000㎞ 지점을 살짝 빗겨 지나친 것이다.

지름이 1㎞ 안팎인 NEO는 지금까지 1,860개가 발견됐다. 발견비율은 약 98%에 달할 것으로 과학계에선 보고 있다. 100개의 1㎞급 NEO가 있다면 그중에서 98개를 찾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름 10~30m급 NEO의 발견비율은 1%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관측한 1만6,000여개의 NEO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NEO 중에서도 지구와 더 가깝게(0.05AUㆍ748㎞ 이내) 날아오는 지름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지구위협소행성(PHA)이라고 한다. 1AU는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로 약 1억4,959km다. 현재까지 알려진 PHA는 약 2,000개다. 그중 지름이 1㎞ 이상인 건 157개다. 1㎞급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미치는 충격에너지(10만 메가톤)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일으킬 정도다. 1메가톤은 다이너마이트(TNT) 100만 톤의 위력이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 마찰열에 의해 대다수가 불타 없어져서 그렇지 지금도 매일 100만톤에 달하는 작은 천체들이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며 “지구가 소행성 충돌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3월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천체우주과학축제 스타무스 페스티벌에서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엔이 소행성 충돌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6월 30일을 ‘국제 소행성의 날’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6월 30일은 이제까지 가장 큰 소행성 피해가 발생한 날로, 1908년 이날 러시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50m 크기 소행성이 5~10㎞ 상공에서 폭발해 숲 2,000㎢를 초토화했다. 서울(605㎢)보다 3배 이상 넓은 면적이다. 대도시 전체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50m급 소행성은 보통 100년에 1번 정도 지구에 부딪힌다. 1908년 퉁구스카 이후 10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50m급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국천문연구원은 계산한다.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미국 뉴욕에 떨어질 경우 1,000만명의 인명피해와 2조 달러(약 2,151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거란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 역시 소행성 충돌 위험이 큰 국가다. 2015년 영국 사우샘프터대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소행성 충돌로 피해 볼 위험도가 전 세계 206개국 가운데 17번째로 나타났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 261개를 선정, 자체 개발한 충돌 위험 프로그램 결과와 인구밀도 등을 고려해 피해 위험도를 추산했다. 소행성 충돌로 피해 입을 위험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었고,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뒤를 이었다. 일본 9위, 미국 11위, 북한은 3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과학계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NASA는 2135년 9월 22일 2,700분의 1 확률로 지구에 추락할 수 있는 소행성 베누(지름 500m)와 핵폭탄을 실은 9톤 무게의 우주선을 충돌시켜 베누의 궤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돛 모양의 위성을 소행성에 붙여 태양풍으로 소행성을 밀어내거나, 소행성에 로켓을 부착해 본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안도 있다. 태양 빛을 소행성 한쪽에 집중적으로 쏴 소행성의 수분ㆍ가스 등을 증발시키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소행성의 무게를 바꿔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원리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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