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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연기 시사에 북한 “회담 재고려” 맞불

입력
2018.05.24 10:00

사흘 전 펜스 미 부통령 인터뷰 거론

“핵 대 핵 대결장서 만날 수도” 위협

실무자 개인담화 형식으로 수위 조절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아메리카 국장이던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 안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아메리카 국장이던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 안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알려지기 무섭게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압박 카드를 또 꺼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개인 담화를 통해서다.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과 처신에 달려 있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미 외교 담당 최 부상 명의 담화를 보도했다. 최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2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 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미국 부대통령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최 부상은 “핵 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 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며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고 강변했다. 또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다”고 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외교 핵심 인물을 내세워 미국의 ‘리비아 모델’을 비난하고, 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16일에는 북핵 협상 베테랑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리비아 해법을 주창해 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한 바 있다.

22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회동 중인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옆에 서 있다. 워싱턴=포토아이 연합뉴스
22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회동 중인 가운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옆에 서 있다. 워싱턴=포토아이 연합뉴스

이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시사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협상을 앞두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 직후 이뤄진 깜짝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있고 그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실무자 개인 담화 형식을 취하는 등 공격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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