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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ㆍ예금 올인 그만… 바벨형 투자로 노후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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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위한 자산관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면 장수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노후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노후 대책은 ‘부동산’ 또는 ‘저축’에 머물러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한국 노년층의 자산 구조는 부동산이 78%, 금융상품이 22%를 차지했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35%, 금융자산 비중이 65%인 미국과 반대다. 최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만난 김경록(55)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이는 고령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포트폴리오로, 돈을 운용하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관리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지난 2013년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은퇴’ 전문 연구를 위해 출범했다. 특히 국내 은퇴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김 소장은 출범 초기부터 6년째 연구소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방송과 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은퇴 준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경영관리 부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 소장은 “노후 대비 연금을 운용할 때는 자산을 바라보는 틀(프레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은퇴 준비 왜 중요한가.
“2016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0.6%)의 4배도 넘는다. 76세 이상만 두고 보면 이 비율은 60%를 훌쩍 넘는다. 일본에선 2000년대 초부터 ‘노후파산’ 이야기가 나왔다. 은퇴 안전지대를 미리 설계해두지 않아 은퇴 후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20년 정도 고령화가 앞선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우리나라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노후를 위한 투자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바벨형’으로 투자해야 한다. 바벨 모양처럼 양쪽으로 노후 자금을 나눠 한쪽에선 연금펀드에 가입해 안정적 노후를 대비하고, 또 한편으로는 투자상품을 보유하는 양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 20ㆍ30대에는 투자자산 비율을 늘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노후에 가까워질수록 중위험ㆍ중수익 상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다만 원리금보장상품은 금리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을 경우 자산의 실질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자산이 된다. 연금자산이 감가상각 당하는 셈이다.”
-노후 대비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은퇴 이후를 위한 재무설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퇴직이 먼 일처럼 들리는 사회초년생이야 말로 노후 준비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특히 2030이 적은 액수라도 노후대비 금융상품에 꾸준히 투자하면 나중에 큰 액수의 은퇴자금으로 불어나 저금리 시대에서도 ‘복리의 효과’를 볼 수 있다. 30세에 매월 18만원씩 65세까지 투자하면 수익률이 3%라 해도 1억3,000만원이 된다. 그러나 50세부터 시작해 이 돈을 만들려면 30세에 비해 매월 3배에 가까운 돈을 저축해야 한다.”
-최근 금융상품의 운용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장수의 이점을 자산관리에도 활용해야 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 이른바 ‘돈의 수명’도 늘어나게 된 상태다. 예전에는 은퇴하고 난 뒤 10여년 정도면 자산관리의 수명이 끝났지만 100세 시대가 되면 은퇴 후에도 30년은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그만큼 자산운용을 장기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익률이 낮다고 조바심을 갖지 말고 장기간 자산을 운용 하는 게 재테크의 기술이다. 주식은 장기간 보유하면 위험이 낮아져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식을 1년 보유했을 때 표준편차로 측정한 위험손실은 18%였지만 10년을 보유하면 5%, 30년 이상의 경우 2%를 밑돌았다.”
-노후를 위한 부동산 투자는 어떻게 보나.
“수익형 부동산은 매달 월세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유동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또 건물은 감가상각을 해야 하고 수선충당금도 필요하다. 공실이 생기면 임대수익률도 떨어지는데, 이 경우 정기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 수준에 그친다. ‘월세를 받는 것은 부동산’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금융상품에서 ‘월세’를 받아야 한다.”
-금융상품에서 월세를 받는 방법은.
“연금과 투자자산에서 꾸준히 금융소득이 나와야 한다. 10여년 전만해도 금융자산의 종류가 단순해 채권을 제외하면 일정한 금융소득을 주는 자산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젠 인프라펀드, 리츠(REITsㆍ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등 꾸준한 현금 소득을 주는 자산이 많아졌다. 인프라펀드의 경우 매년 거의 일정한 금액의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등 묶여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도 노후 소득을 늘리는 방법이다.“
-국내와 국외 중 어디가 유망한가.
“장기 투자하는 연금자산이 한 국가 또는 하나의 자산에만 집중돼 있으면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장에만 연연하지 말고 해외 주식, 해외 채권처럼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 특히 해외채권은 국채와 비슷한 한국의 채권에 비해 투자하는 섹터가 다양하고 현금 흐름이 좋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높다.”
-글로벌 투자의 핵심은.
“전체 글로벌 시장에 뜨고 있는 테마인 ‘메가트랜드’를 찾아야 한다. 보통 해외투자라고 하면 특정 나라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테마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앞으론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중산층 인구의 증가가 맞물려 건강관리(헬스케어) 트렌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중산층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고령에 진입하면 건강과 관련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헬스케어 부문의 시장성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연금자산을 투자할 때는 오랜 기간 수익을 내는 게 핵심인데, 헬스케어 트렌드는 변동성도 적다.”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노후 재테크는 ‘돈’에 국한하지 않는다. 노후 자금 마련이란 재무적 측면은 물론 은퇴 이후의 인간관계, 취미생활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대비해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종합적인 노후 대비책을 고민하길 바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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