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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돌변에 충격과 분노… 속내 복잡해진 트럼프

입력
2018.05.21 17:33
4면

일단 북한 달래기 나섰지만

참모에 “회담 해야하나” 다그쳐

한미 정상회담까지 못 기다리고

문 대통령과 통화서 북한 의도 물어

트럼프 “북미 윈윈” 회담에 무게

참모진 “협상력 약화 될라” 우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 AP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돌변에 허를 찔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혹과 분노 속에서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선 북한에 대한 오랜 불신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페이스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0일(현지시간) 전한 백악관 내부 기류는 분노와 낭패감, 불신 등이 뒤엉킨 뒤숭숭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북미 정상회담 재고를 경고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의 담화 발표에 적잖이 놀라고 분노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공개 석상에서 북한이 반발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으며 북한 달래기에 나서긴 했지만, 참모들에게 ‘정치적 낭패’가 될 수도 있는 회담 진행의 위험 부담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지를 다그쳤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담화 내용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전한 내용과 왜 상충하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22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기다릴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중국으로부터 통보조차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강한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가 난 상태긴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철회하려는 조짐은 아직 없다. 참모들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 전념하고 있으며 계획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는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선발대가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 이것을 ‘윈윈’(Win-Win) 방식으로 끝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정상회담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이란을 향해 “역사상 최대 제재” 선언을 내놓은 21일 헤리티지재단 연설 도중 북미 정상회담을 특별히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김 위원장)를 만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외교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17일 공개 석상에서 북한이 반발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긋고 김정은 집권 보장을 공언하며 달래기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돌변에 “시 주석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지만, 중국의 대북 입김을 감안해 중국과의 타협도 시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해 제재 완화를 시사한 것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북미회담의 판을 깨는 모습은 아니지만 참모들의 우려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노벨상 거론에 고무된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지나치게 갈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김 위원장을 상대로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6개월 안에 북한이 아무 보상 없이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기대한다면,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결국 이전 정부들이 시도했던 방식대로 단계적 조치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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