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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신었던 스타킹 나눠 드려요’ 도 넘은 촬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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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회에 모델로 나섰다가 성폭력을 당한 유명 유튜버 양예원씨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글이 공개됐다. 이런 비정상적인 촬영회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사진계 비공개 촬영회의 실체 폭로’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 동호회에서 비공개 촬영회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을 캡처해 올린 것인데 ‘모델이 신었던 스타킹은 참석하신 회원에게 전부 나눠드립니다’ ‘FULL 노출’ 등 정상적인 촬영행사로 볼 수 없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모델 소개란에는 신체 사이즈, 음모 제거를 뜻하는 브라질리언 왁싱 유무 등까지 적혀 있었다.
문제는 모델이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른 채 행사에 온다는 점이다. 페미니즘 사진그룹 유토피아의 사진작가 곽예인씨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모델 (구인)사이트에는 노출이 심하지 않고, 짧은 촬영이라고 올라오는데 대부분 실제 진행되는 내용과는 정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갔는데 티팬티를 준다거나 아니면 엉덩이가 겨우 가려지는 짧은 치마를 입힌다든가, 정말 악질인 게 다리를 벌리는 자세를 취하게 하고 거기를 확대해서 사진을 찍는 등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델은 현실적으로 이런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다. 비공개 촬영회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초보 모델을 섭외하는데, 이런 부당한 요구를 거절했을 때 행사에 참가한 성인 남자 10여명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곽씨는 “한 모델의 증언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하려고 시간과 돈을 버렸는데 네가 지금 가면 돈을 다 물어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을 한다”고 말했다. 보통 비공개 촬영회 참가비가 15만원이고 참가자가 20명 정도이므로 300만원을 내라고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초보 모델의 경우 받는 모델료는 5만원에 불과하다.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이유는 촬영자와 모델의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전문가이든 아마추어 동호회원이든 ‘촬영을 거부한 모델’이라는 소문이 나면 사진 업계에 발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 관계를 악용해 모델을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비공개 촬영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곽씨의 증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모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게 한 ‘촬영 계약’의 내용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지현 변호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촬영 수위와 내용, 나중에 사진을 어떻게 배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한, 사진작가와 모델들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또 “사진 업계 내부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지도 않고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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