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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보이콧에 “마두로 대관식” 된 베네수엘라 대선

입력
2018.05.21 08:45
베네수엘라 대선이 치러진 20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대선이 치러진 20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카라카스=EPA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주요 야권이 선거를 ‘대관식’이라 비난하며 보이콧한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최대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대선이 불공정하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무난히 선거에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리 팔콘 전 라라주 주지사가 MUD의 보이콧 방침을 어기고 대선에 출마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우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분석가들은 투표율이 저조한 가운데 대부분의 투표자들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대선 투표소가 투표율 80%를 기록한 2013년 대선 때에 비해 한산한 편이라고 전했으며, MUD는 오후 1시 자체 집계를 통해 투표율이 25.8%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지지자 단체는 투표소 근처에 ‘레드 포인트 존’을 설치해 은근히 투표 독려에 나서고 있다. 이 장소에서 국가에서 발급하는 ‘조국 카드’를 스캔하면 식료품 배급이나 현금 지급 등 각종 이득을 얻게 되는데, 지지자들이 은근히 이들을 투표소로 이끌어 투표율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두로 지지 성향이 강한 가난한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투표하기도 했다. 직업을 잃은 베네수엘라 중부 도시 발렌시아의 거주자 카를로스 린코네스(49)는 로이터통신에 “가난하고 직업도 없지만 마두로에게 투표하겠다”라며 “우익 부자들이 물자와 자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결과가 정해진 선거에 투표하지 않겠다”라며 대선 보이콧에 동참한 이들과 “현 야권에 마두로가 승리한 후의 대책이 없다”고 지적하며 투표소에서 팔콘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로 입장이 양분됐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2013년 이래 베네수엘라는 지속적인 경기침체, 석유 가격의 급락과 미국의 경제제재 등으로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마두로 대통령은 사회주의를 분쇄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을 차지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의 음모 때문이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로 “베네수엘라의 엉터리 선거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라며 “세상에 공헌할 것이 많은 이 나라를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직접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8월 ‘리마 선언’으로 베네수엘라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콜롬비아 등 미주 17개국도 선거 결과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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