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잠실의 감동, 대구스타디움까지 이어졌다

입력
2018.05.21 03:40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콘서트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용필 50주년 대구 콘서트.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용필 50주년 대구 콘서트.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whitekmg@hankookilbo.com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공연 내내 떼창이 그치지 않았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공연 내내 떼창이 그치지 않았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whitekmg@hankookilbo.com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가왕과 기타리스트 최희선. 조용필은 "나의 음악과 나의 밴드는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을 정도로 밴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윤나겸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제공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가왕과 기타리스트 최희선. 조용필은 "나의 음악과 나의 밴드는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을 정도로 밴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윤나겸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제공
가왕이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윤나겸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제공
가왕이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윤나겸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제공

“더 크게!”

가왕이 함성을 유도했다. 대구 관객의 환호는 힘차다 못해 맹렬했다. 환호 뒤 ‘비련’을 부르기 시작했다. 1절이 끝났을 즈음, 가왕은 노래를 멈추고 무대에 쪼그리고 앉았다. 까만 선글라스 밑으로 휴지를 밀어 넣어 눈가를 훔쳤다. 누군가 외쳤다.

“우리 오빠야 운다, 우야노!”

그 짧은 순간, 가왕만큼이나 관객의 마음에도 숱한 장면이 스쳤을 것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깜짝 스타에 등극한 직후 겪은 대마초 파동, 음악적 전환기 즈음에 찾아온 누구도 예상 못한 사랑과 황망한 이별. 가왕과 그의 음악을 사랑한 팬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 세월 내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이 한 목소리로 가왕을 응원했다.

“울지 마! 울지 마!”

19일, 3만여명이 운집한 대구스타디움은 거대한 팬 미팅 현장이었다. 가왕의 변함없는 가창력음악적 열정, 아이돌 팬 못잖은 관객들의 함성과 환호, 위대한 탄생의 빼어난 명품 연주는 가왕의 존재감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가왕은 ‘Thank to you’를 시작으로 귀에 익숙한 곡들이 연이어 들려줬다. 그가 “떼창곡입니다” 하고 귀띔한 곡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노래들에서 간주 부분부터 떼창이 시작됐다. ‘비련’을 부르던 그 한 순간을 제외하면, 가왕은 내내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 오빠야 오늘 진짜로 신난 것 같다.”

2018년, 50주년 기념 콘서트의 가왕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소리가 작아, 다시!” 하면서 환호를 유도했고, 떼창을 즐겼다. ‘여행을 떠나요’같은 신나는 곡이 나오면 폴짝 폴짝 뛰었다. 팔을 살랑대는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통기타를 메고 나와 줄을 퉁겨보다가 장난스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튜닝이 조금 그런데, 대충합시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한 소절을 부른 뒤 “서울보다 대구에서 조금 더 불러드렸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 서울 서울”을 “대구 대구 대구” 바꿔 부르기도 했다. 쌀쌀한 날씨도 잊을 만큼 친절한 ‘팬서비스’였다. 날씨에 대한 이야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춥죠? 추우면 뛰어요. 그 방법밖에 없어.”

이웃 오빠처럼 정겨운 말투였다. 공연이 끝날 즈음 하얀 윗도리를 살짝 뒤로 젖혔다가 다시 여미면서 말했다.

“옷을 벗을까 했는데 추워서 안 되겠네.”

객석에서 “귀여워!”하는 말이 터져 나왔다. 앵콜곡 ‘바운스’를 부를 때는 소년처럼 즐거워보였다.

가왕은 2시간 내내 소년처럼 노래하고 춤췄다. 강산이 다섯 번 변하는 세월 동안 이어진 위대한 음악 여정을 자축하는 듯했다.

음악이 하고 싶어 가출을 감행했던 소년, 음악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았던 청년이 50년의 시간을 넘어거기에 서 있었다. 비에 젖지 않는 바다처럼, 담백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기쁨과 슬픔을 노래했다. 관객들에게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공연 내내 딱 좋을 만큼의 호응과 박수가 이어졌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그 가수에 그 팬이었다.

앵콜곡까지 끝난 후, 옆자리 앉았던 관객이 일어나며 말했다.

“건강관리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우리 오빠야 60주년 콘서트할 때도 보러 올려면!”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