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차리지 마라” 소탈하게 떠난 구본무 회장

구광모 4세 경영 체제 본격화 전망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앞에 안내문이 놓여 있다. 유족 측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다. 고영권 기자

지난 23년간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이끈 구본무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와 올해 초 수차례 뇌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를 해 오다 최근 상태가 악화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LG 측은 “고인이 눈을 감기 전, 격식을 차리지 말고, 연명 치료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장례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이날 오후 들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일부 정재계 고위 인사의 조문이 이어졌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LG 임직원 일동, 허창수 GS,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계열 분리된 관계사의 조화만 놓였다. 유족들은 장례를 3일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장지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가(家) 3세대 총수’였던 고인은 지난 1995년부터 23년간 그룹 회장을 맡았다. 재임 기간 선대의 동업자였던 허씨 일가의 GS그룹을 비롯해, LIG, LS그룹 등이 잇따라 떨어져 나갔으나 큰 잡음 없이 무난하게 계열분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도경영, 가치창조형 일등주의 등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워 전자ㆍ화학ㆍ통신 등을 주력으로 하는 오늘날의 ‘글로벌 LG’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구 회장의 타계로 향후 LG그룹 경영권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로 넘겨질 전망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