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예루살렘에 한식당… “이스라엘에 한국의 맛 알릴게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7월 ‘서울하우스’ 여는 김봉자씨
유대교 코셔 인증받은 첫 한식당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식재료
경북 성주에서 모두 공수
“이스라엘에 한국의 맛을 제대로 알리겠습니다.”
올 7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동쪽 구 시가지인 올드시티에 한식당 ‘서울하우스’가 문을 연다. 이스라엘에서 유대교의 청결식품 인증인 ‘코셔(Kosher)’를 통과한 첫 한식당이다. 식당 사장은 이스라엘 안과의사와 결혼해서 유대교로 개종한 김봉자(71ᆞ여)씨다. 그는 2015년 경북 성주시의 한 식품회사 도움으로 코셔 인증을 받은 이후 줄곧 이스라엘에 한식당 개업을 추진해왔다. 그는 18일 “이스라엘에 있는 800여 명의 현지 교민과 성지 순례객들이 중동 땅에서도 고국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가옥 형태로 꾸민 서울하우스의 메뉴는 비빔밥과 된장찌개, 순두부, 쌈밥, 김밥 등 한식으로만 차려진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등은 모두 경북 성주에서 공수되고 식당 옆에는 쌈밥용 야채를 재배하는 텃밭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 고춧가루로 직접 고추장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떡공장이 완성되면 떡볶이와 떡국도 선보이고, 구절판과 도라지, 더덕구이 등 전통음식 가짓수도 늘리겠단다. 김씨는 “30여 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에서는 앞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손님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에는 전통 건물이 많고 좁은 공간에 신축하기는 어려워 대부분의 식당이 한꺼번에 20~30명의 손님만 받는 규모다.
예루살렘에 한식당이 차려지는 것은 한식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김씨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조차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나 외국 귀빈들에게 한식을 대접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김씨는 “건강하고 맛 좋은 한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한식당을 개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 년간 여러 개의 한식당이 문을 열었으나 하나같이 문을 닫고 말았다. 바로 코셔 인증을 받지 않아 현지인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에 돼지고기와 동물피 등을 금지한 ‘할랄’ 인증이 있다면 이스라엘에는 종교음식 규정 중 가장 까다롭다는 코셔가 있다. 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인증이다. “2000년대 들어 10여 년간 코셔 인증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던 중 성주 알알이푸드의 도움으로 2015년 된장 간장 메주 미숫가루 등 한식 필수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는 김씨는 당장 한식당을 열려고 했지만 식재료 수입 과정에서 퇴짜를 맞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국 특유의 발효음식을 썩은 품목으로 오해했다”는 김씨는 “몸에 좋은 박테리아가 살아있는 한식을 알리기 위해 현지인을 상대로 김치 담그기 수업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당이 K-pop과 한국 드라마 등 이스라엘 내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릴 적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그곳에서 유대인 남편을 만나 20여 년 전 이스라엘에 정착하게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2개국 국적을 갖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봉자 김’과 ‘지포라 로스코프’다. 그는 “미국 유대인 사회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기 때문에 코셔 인증 한식당을 미국에도 열고 싶다”고 희망했다.
“모든 음식에는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김씨는 “한식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