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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존엄 모독’에 유독 민감한 북한, 이번엔 태영호 ‘쇼맨십’ 발언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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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회담 앞 번번이 문제 삼아
예술단 점검 방남 한밤 취소 등
‘기습 변심’ 올해만 벌써 네번째
북한이 16일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며 최고존엄ㆍ체제 비방을 그 이유로 들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이틀 전 국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를 ‘쇼맨십’으로 표현하는 등 체제 비판 발언을 한 것을 빌미로 삼았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회담 중단을 통보하며 판을 흔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북한은 ‘존엄 모독’에 대해서는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2014년 11월에는 한 탈북자 단체가 김 위원장 비판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 약 100만장을 살포하자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예정된 제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지 않았다. 또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 이틀 전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내고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려는 자들에게까지 선의와 아량을 베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상봉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고위 탈북자 간부를 인용해 “리설주 여사가 음란물 촬영에 관련돼 있다”는 보도를 냈고, 이를 국내 언론사가 받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사례처럼 고위 탈북 인사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경우도 있었다. 1999년 7월 열린 남북 2차 차관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이었던 박영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은 “(비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쟁 못한다는) 황장엽(전 노동당 비서)의 서해사건 인터뷰 내용은 북한체제를 모독한 것”이라며 현장에서 성명문을 낭독하고 회의를 중단시켰다. 2013년 8월에는 “(보수 단체가) 인공기를 소각하는 등 북한 체제를 모욕했다”며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5일 남기고 선수단 파견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은 올해 들어서도 북한이 한밤 중에 일정 취소를 통보하는 일은 3차례나 있었다. 북한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예술단의 사전점검단 방남(1월 20일) 일정을 하루 전날 밤 10시에 기습 취소했고, 같은 달 29일 밤에도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취소를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2월 10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회동을 2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이런 북한의 기습적인 회담 취소는 향후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갑작스런 합의의 취소와 연기, 재개를 통해 주도권이 북한에 있음을 보이려 한다는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로 전날 기습 통보함으로써 상대를 긴장시키고 협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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