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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외교 노장’ 김계관 등장은 매파 볼턴 견제용

입력
2018.05.16 17:09
3면

6자 대표 등 대미협상 경험 풍부

대북 제재 주도한 볼턴과 ‘악연’

“볼턴 같은 자 때문에 우여곡절”

등판 담화문서 노골적 적대감

2007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부장 주최 만찬에 참석한 김계관 북핵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부장 주최 만찬에 참석한 김계관 북핵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16일 강력한 대미 비판 담화를 발표한 김계관(75)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대미 외교의 야전사령관으로 꼽혔던 역전의 노장이다. 북한이 2016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북 쿠바대사관 방문에 동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던 김 제1부상을 등판시킨 건 북미회담의 기선을 잡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제1부상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북측 차석대표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1995년 북미 고위급회담 북측대표, 1999년 북미 미사일 회담 수석대표, 2000년 북미 테러 회담 대표 등을 맡으며 대미 외교의 간판으로 활동했다.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2004∼2008년에는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는 등 북핵ㆍ다자 외교 경험도 풍부하다. 그가 상대한 미국 측 협상 파트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 제임스 켈리ㆍ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기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북핵 협상도 중단되면서 대외 활동이 뜸했다가 북한이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키고 김 제1부상을 위원으로 선출하며 대미 외교 복귀가 점쳐졌다.

김 제1부상이 한창 활동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안보 정책을 주도한 네오콘의 이론가가 바로 볼턴이다. 볼턴은 당시 국무부 군축ㆍ국제안보 담당 차관(2001~2005년)으로 근무하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을 집중 제기해 1994년 북미가 맺은 제네바 합의 파기를 이끌어냈다. 유엔 주재 미 대사(2005~2006년)로 근무할 땐 대북 경제 제재안을 주도했다. 미국 정부가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제재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했을 때 당시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 제1부상은 “피가 마른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김 제1부상을 내세운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지휘하는 볼턴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김 제1부상도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북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됐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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