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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의 ‘히트 경제학’… 지자체들 관광상품화 러시

입력
2018.05.16 04:40
8면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개장 110일 만에 100만명 돌파

인파 몰려 지역상권도 함박웃음

케이블카보다 건설비 저렴하고

환경훼손 논란 상대적 자유로워

스릴 만끽 짚와이어도 줄이어

베끼기 난립ㆍ안전 사각 우려도

지난 1월 개장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방문객이 110일만에 100만을 돌파하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떠올랐다. 원주시 제공
지난 1월 개장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방문객이 110일만에 100만을 돌파하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떠올랐다. 원주시 제공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강원 원주시 소금산의 두 개 봉우리를 잇는 출렁다리. 폭 1.5m, 길이가 200m인 이 다리를 걸으면 바람세기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이곳을 찾은 김천웅(44)씨는 “다리 중간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됐다”며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소금산 출렁다리를 올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는다. 지난 1월 11일 개장 이후 불과 110일만에 100만명이 출렁다리를 찾아 스릴을 만끽했다. 원주지역 최대 리조트인 오크밸리의 1년 방문객과 맞먹는 수치다.

소금산 출렁다리로 인해 지역상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주말이면 간현관광지 내 음식점 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것은 물론 인근 레일바이크와 원주역사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4배까지 늘었다. 3.3㎡당 50만원 안팎이던 간현유원지 일대 땅값도 출렁다리 개장 후 80~100만원까지 올랐다. 대박을 친 출렁다리에 고무된 원주시는 2020년까지 120억원을 들여 곤돌라와 투명 유리다리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듯 출렁다리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급부상하면서 전국 수십개 지자체가 앞다퉈 출렁다리와 짚와이어 건설에 나서고 있다. 한때 전국적인 건설 붐이 일었던 케이블카나 레일바이크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관광객 유치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서다. 천편일률적인 시설, 케이블카에 비해 미비한 안전 장치 등 문제점도 적지 않아 자칫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기 파주 적성면 해발 670m 감악산 자락에 자리한 출렁다리도 수도권의 명물이다. 2016년 9월 감악산 산허리를 휘도는 둘레길에 만들어진 이 다리를 찾은 누적관광객이 120만명에 육박한다. 파주시가 지난달 31일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에 개장한 국내 최장 흔들다리(길이 220m, 폭 1.5m)도 나들이 명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우도 섬의 정상 한가운데 세워진 25m의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마을로 하강하는데 1㎞ 거리를 불과 1분이면 도착하는 짜릿함 때문에 인기가 높다. 강진군 제공
가우도 섬의 정상 한가운데 세워진 25m의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마을로 하강하는데 1㎞ 거리를 불과 1분이면 도착하는 짜릿함 때문에 인기가 높다. 강진군 제공

모험 레포츠인 짚라인(Zipline)으로 대박이 난 곳도 있다. 전남 강진군 가우도에 2016년 10월 개장한 청자타워ㆍ짚트랙은 공중에서 섬을 1분만에 가로지르는 짜릿함을 선사, 지역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주민들이 레저시설 운영에 참여하고 수익이 섬 마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경남 하동 금오산 짚와이어(3.186㎞)도 지난해 9월 개통 이후 1만명이 이용하는 등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충남 예산군은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인 예당호에 소금산의 두배가 넘는 402m 출렁다리 공사를 벌이고 있다. 논산시도 탑정호에 내년 말까지 예당호보다 무려 198m긴 600m 길이의 출렁다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 계양구는 계양산에서 경인 아라뱃길을 잇는 연결다리를 검토 중이다. 부산시와 울산시는 영도구 중리산과 남산 정상에 짚라인을 추진 중이다.

경기 의왕시는 왕송호수 옆 자연학습공원에 27억원을 들여 최근 설치한 짚라인에 연간 4만~6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렁다리와 짚와이어의 경우 건설비용이 30억~40억원 가량으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케이블카에 비해 저렴한 데다, 환경훼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이쪽으로 눈을 돌리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전망이 밝은 것 만은 아니다. 전국의 산과 강, 호수, 바다에 놓이거나 추진 중인 출렁다리와 짚와이어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베끼기 상품’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호기심과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발길이 줄어들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들 시설이 ‘안전 사각지대’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관광객이 급증한 원주 출렁다리에서는 미끄러짐, 어지럼 등으로 소방서가 구조구급활동을 위해 출동하는 사례가 50건에 가까울 정도로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명확한 설치기준이나 안전기준도 없이 자치단체가 제각각 관리하고 있어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이영주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품주기를 고려해 보면 출렁다리와 짚와이어는 이미 최대치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캐쉬카우(Cash Cow) 단계를 지났다고 봐야 한다”며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과 안전대책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주=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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