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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경찰 힘 확 빼는 자치경찰제 제시

입력
2018.05.16 04:40
8면

지방경찰청 이하 모든 조직

사무 이전 방안 등 3개안 제시

검ㆍ경 수사권 갈등 증폭 뇌관될 듯

대검청사로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검청사로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자치경찰제(경찰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나눠 일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 시행과 관련, 민생ㆍ치안만을 자치경찰에 넘기려는 경찰 입장과 상반된 도입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중 자치경잘체 도입방안을 심의ㆍ의결할 예정인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둘러싼 검ㆍ경 간 시각차가 수사권 조정 갈등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자치경찰제 도입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사실상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계부처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에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된 3개 안을 제출했다. 제1안은 지방경찰청 이하 모든 조직과 사무를 지방자치단체 소속 자치경찰로 이전하는 방안으로, 경찰 수사 거의 전부인 99.992%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는 안이다. 제2안은 경찰서 이하(경찰서ㆍ파출소) 단위를 자치경찰로 이전하고, 지방경찰청 중 광역수사대ㆍ지능범죄수사대ㆍ보안수사대 등 주요 수사 기능은 국가경찰이, 나머지 조직을 자치경찰이 맡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경찰 수사의 98.2%를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검찰이 제시한 제3안은 지방경찰청은 국가경찰에 그대로 두고 경찰서 이하 단위만 자치경찰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대검은 세 안의 장단점을 각각 제시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제출했으나, 절충안인 2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찰의 안은 “기존 조직(국가경찰)을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경찰 입장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앞서 경찰청 산하 경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제시한 권고안에 따르면, 지방경찰청ㆍ경찰서ㆍ지구대ㆍ파출소는 국가경찰 소속으로 유지하되, 시ㆍ군ㆍ구에 자치경찰대를 새로 만들어 생활치안 업무 등을 맡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국가경찰 관서와 자치경찰 관서로 이원화되는 셈이어서, 기존의 경찰 조직을 최대한 남겨 현재의 영향력을 가능한 유지하려는 의중이 담겼다는 평가다. 반면 검찰 안은 기존 경찰 조직을 쪼개 경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입장에 가깝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안처럼 자치경찰대를 신설할 경우 연간 인건비 등으로 최대 2조5,000억원의 국가예산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치경찰제를 두고 근본적으로 다른 검ㆍ경의 입장은 결국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라 검찰의 권한과 기능을 조정하겠다”며 이 문제를 수사권 조정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자치경찰제 문제를 주관하는 자치분권위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권 조정은 별개”라는 입장이나, 검ㆍ경이 모두 만족할만한 자치경찰제 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수사권 조정 논의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자치분권위는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내달 중으로 자치경찰제 방안을 심의ㆍ의결하고, 7월 중 문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보고한 뒤 올해 내로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제주와 세종 등 5개 시ㆍ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한 뒤, 2020년 전국 17개 시ㆍ도에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 자치분권위 최종 목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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