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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입맛대로?” 구미 지역 농협 부당노동행위 논란

입력
2018.05.15 18:00
최근 경북 구미 지역농협과 관련한 내홍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최근 경북 구미 지역농협과 관련한 내홍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구미 지역 9개 농협이 직원을 공동으로 채용한 뒤 구체적이고 투명한 배치기준 없이 조합장들끼리 ‘협의’를 통해 배정하고 있어 정실인사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과 근로조건이 엄연히 다른데도 ‘인사교류’라는 명분으로 다른 농협으로 전출하는 일도 종종 벌어져 부당노동행위 논란도 일고 있다.

구미지역 농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미시내 9개 지역농협은 신입직원을 공동으로 채용해 조합장으로 구성된 인사업무협의회를 통해 개별 농협으로 배정한다.

문제는 배정 원칙이 불투명해 정실이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고, 실제로 배정결과에 불만을 품고 그만두는 일도 벌어졌다는 데 있다. 성적이나 특기, 출퇴근 시간 등 객관적 잣대보다는 조합장 입맛에 따라 결정되기 일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조합장의 자녀 등이 선호농협에 배치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2012년 직원 채용 때 C조합장 자제는 당시 가장 급여가 높고 근무 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B농협으로 발령 받았지만 다른 한 동기는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적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배정되자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기들끼리 불만이 많았지만 객관적인 배치기준이 뭐냐고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산하 1,000개가 넘는 전국의 지역농협은 법적으로는 서로 독립적인 법인체다. 구미지역 9개 농협도 같은 중앙회 산하이지만 별도의 법인이다. 조합장이 따로 있고 경영실적이나 근무여건도 판이하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나 택지개발 등으로 여수신규모가 크고 경영실적이 좋은 곳과 외진 곳의 연봉 차이가 같은 연차라도 수천만 원, 심한 경우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농협간의 ‘인사교류’를 사실상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찍어내기식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적이다. 한 직원은 “매년 3월 정기 인사철이면 농협간에 ‘교류인사’가 한두 명씩 꼭 있는데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연봉 8,000만원을 받던 간부직원이 원치 않는 다른 농협으로 전출, 연봉 5,000만 원이 안 되도 “찍히면 죽음”이라는 인식 때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호 농협으로 옮기기 위한 로비전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농협간 연봉 차이는 근무연수가 많을수록 커지고, 그 차이가 3,000만~4,000만원 이상 난다”며 “몇 천만 원 들더라도 최저 농협에서 최고 농협으로 옮기면 1년 만에 그 비용을 뽑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또 “농협 내에서도 조합장과 친하거나 특수관계인은 모두가 선호하는 ‘꿀보직’에 10년 이상 근무하는 반면 찍히면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외지로 나돌게 된다”며 “농협중앙회 등에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조합장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신규직원 배치는 조합장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직원 순환근무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며 “조합장의 경영판단에 따라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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