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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7000원 맛집을 찾아서…남동(성산·표선)편

입력
2018.05.12 11:00

#맛집 행진은 계속됩니다. 7,000원 맛집 1편(애월•한림)의 주의점을 읽고 넘어오세요.

▦표선면 가시식당

두루치기ㆍ몸국 7,000원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565번길 24 / 064-787-1035

쌈 대신 밥 위에 고기, 그리고 시커먼 멜젓을 얹어 먹으면 시름이 잊혀진다.
쌈 대신 밥 위에 고기, 그리고 시커먼 멜젓을 얹어 먹으면 시름이 잊혀진다.
좋은 육질의 돼지고기를 다룬다고 소문나 저녁 시간대엔 두루치기를 먹는데도 삼겹살 냄새에 포박당한다.
좋은 육질의 돼지고기를 다룬다고 소문나 저녁 시간대엔 두루치기를 먹는데도 삼겹살 냄새에 포박당한다.
순댓국인 줄 알고 한 술 떴다가 그 걸쭉함에 반해버리는 몸국.
순댓국인 줄 알고 한 술 떴다가 그 걸쭉함에 반해버리는 몸국.

1960년대 3대 두루치기 집이 가시리에 등장했다. 나목도식당, 가스름식당 그리고 여기 가시식당.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유난히 이 집 두루치기가 달라 보이는 건 비계가 적어서다. 한바탕 양념이 벤 고기가 불판 위에 올려진다. 두툼한 목살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장소! 다만, 일반 두루치기와 달리 잘박잘박한 국물이 실종되어 섭섭하다. 그 섭섭함은 밥 옆 ‘스댕’ 그릇에 담긴 국물이 채워준다. 몸국이다. 돼지고기와 모자반을 끓인 국물에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다. 여전히 발암물질 의혹으로 빈축을 사는 쿠킹 호일을 찢어가며 볶음밥까지 해치운다. 든든한 하루다.

▦서귀포시 돈내코손두부

순두부정식 6,000원 / 서귀포시 상효동 1403-9 / 064-738-9908

빨간 거 줄까, 하얀 거 줄까? 순두부의 선택으로 건강한 밥상은 시작된다. @jiyeon119
빨간 거 줄까, 하얀 거 줄까? 순두부의 선택으로 건강한 밥상은 시작된다. @jiyeon119
한쪽 다리를 떨며 말하고 싶다. 어느 순두부 식당의, 제주에선 참 흔한 한라산 뷰. @jiyeon119
한쪽 다리를 떨며 말하고 싶다. 어느 순두부 식당의, 제주에선 참 흔한 한라산 뷰. @jiyeon119

순한 맛? 혹은 칼칼한 맛? 하얗거나 빨갛거나, 취향에 따라 순두부찌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영양 가득한 잡곡밥과 제주 땅에서 자란 재료로 요리한 밑반찬, 그리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두부찌개. 캬~ 몇 년 묵은 속까지 뚫는다. 2인분 이상 주문하면 수육과 손두부, 김치 세트가 폼 나게 서빙된다. 통유리창엔 한라산 조망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이 모든 감동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딱 3시간만 허락된다. 두부가 소진될 위험이 있으니 정오 도착에 만전을 기해볼 것. 대형 주차장 및 음식점의 외관과 손두부의 내공이 왠지 부조화 속 조화 같다. 서둘러 갈 이유가 참 많은 집이다.

▦성산읍 시골밥상

삼겹살 정식 7,000원 /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오조로 97번길 11 / 064-782-8557

성산일출봉 부근, 손이 큰 이모가 듬뿍 담아주는 정식집. ⓒmakafood(blog)
성산일출봉 부근, 손이 큰 이모가 듬뿍 담아주는 정식집. ⓒmakafood(blog)
제육볶음을 시켜도 정식 형태다. 구이 혹은 튀김 형태의 생선도 따라 나오는 호사. ⓒmakafood(blog)
제육볶음을 시켜도 정식 형태다. 구이 혹은 튀김 형태의 생선도 따라 나오는 호사. ⓒmakafood(blog)

삼겹살 정식이 얼굴마담이다. 냉동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그 곁에 올린 묵은 김치도 지글지글 불타오른다. 동그랑땡, 전, 과일샐러드 등 백반집에서나 봄직한 반찬이 테이블을 메운다. 이것이 단돈 7,000원! 1,000원만 더 얹으면 수육 정식과 옥돔 정식도 가뿐히 내어온다. 좌석이 제법 넉넉해 기다려서 먹는 일은 드물다. 어쩐지 미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끝자리 4ㆍ9일 열리는 고성오일시장과 성산일출봉까지 오전 일정으로 엮기 좋다.

▦서귀포시 아서원

짬뽕 7,000원 / 서귀포시 일주동로 8143 / 064-767-3130

불균형 속의 균형이 짬뽕의 핵심. 아삭아삭한 숙주가 그 균형의 중심이다.
불균형 속의 균형이 짬뽕의 핵심. 아삭아삭한 숙주가 그 균형의 중심이다.
모든 음식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게 이 식당의 특징.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결론.
모든 음식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게 이 식당의 특징. 직접 먹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결론.

그릇이 눈앞에 놓이자마자 불 향이 확 올라온다. 재료에 불 맛이 제대로 밴 덕이다. 비주얼은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기 충분(!)하다. 얇은 면과 고기, 칵테일 새우, 호박, 오징어, 게 등이 거의 무규칙 무정형으로 들어간 ‘짬뽕’ 본연의 모양새다. 돼지 뼈를 고아낸 칼칼한 국물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쇠소깍 부근에 딱히 만만한 맛집이 없어 접근성도 꽤 좋다. 단, 원래 유명했고 친절과는 거리가 있던 이 집이 방송을 여러 번 타고 어마어마한 대기 줄에 시달린다. 예전의 곱빼기 가격으로 이젠 ‘보통’ 밖에 못 먹는다. 나가사키 짬뽕에 사족을 못 쓴다면, 이 제주 짬뽕에 도전!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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