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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좌현은 거대한 녹덩어리 “외부충돌 흔적 안 보여”

입력
2018.05.10 16:18
9면

1486일 만에 바로선 세월호

선체 직립 고비 40도서 60도

구조물 추락 소리 잇따르자

유가족들 깜짝 놀라 탄식 쏟아내

선체 10도서 94.5도 6단계 걸쳐

3시간10분 작업으로 무사히 세워

“저기 찌그러진 곳에 우리 애가…

미수습자 5명 모두 찾았으면”

[저작권 한국일보]바로 세워진 세월호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바로 세워져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바로 세워진 세월호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바로 세워져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저기가 선미다”,“저기 찌그러진 곳에 우리 애들이…”

10일 낮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누워있던 세월호가 드디어 똑바로 몸을 세웠다. 2014년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항해하던 중 침몰한지 1,486일만이다.

세월호가 드러누운 전남 목포신항에서는 세월호 미수습 가족과 4ㆍ16 가족협의회 등 150여명이 지켜본 가운데 세월호 선체를 세우는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쳤다. 외관은 그대로지만 침몰 후 해저면과 맞닿아 있었던 선체의 좌현은 처참하리만큼 훼손이 심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돼 낮 12시 10분쯤 작업을 마친 유영호 현대삼호중공업 전무는 “세월호와 지면 각도 사이 각도가 94.5도에 이르러 직립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직립작업은 전날 예행연습을 했던 터여서 당초 예상 소요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단축됐으며, 선체는 지표면을 기준으로 8도까지 세워져 있었다.

작업과정구간중 가장 고비인 선체를 40도에서 60도까지 들어올리는 도중 무게 중심이 전방 4개 고리에서 후방 4개 고리로 전달되는 과정에 돌입하자, 현장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세월호가 수직에 가까워질수록 녹슨 선체 안에서 구조물들이 움직이거나 추락하는 소리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침몰 후 인양까지 3년간 해저면과 맞닿아있던 좌현은 흰색과 파란색 페인트칠 대신 갈색으로 얼룩져 있었고, 표면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객실 개구부에서는 선체 안에 쌓여있던 잔존물과 먼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바로 세워진 세월호 보며 웃는 가족들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좌현을 바닥에 댄 채 거치 된 세월호가 세워지는 장면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등이 참관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바로 세워진 세월호 보며 웃는 가족들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좌현을 바닥에 댄 채 거치 된 세월호가 세워지는 장면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등이 참관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실제로 세월호가 60도까지 세워지면서 흘러 내리는 바닷물과 부식된 잔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유족들은 혹시라도 배안에 남아있을 지 모를 시신 일부가 훼손이라도 되지 않을까 깜짝 놀라거나 탄식을 쏟아냈다. 가족들은 세월호가 지면에서 서서히 직립하는 모습을 연신 휴대폰으로 동영상과 촬영을 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아내 유백형씨는 “남편이 매일매일 생각난다.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꼭 남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며“세월호가 세워졌으니, 5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나오는 완전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립성공은 현대삼호중공업의 노하우였다. 1만톤급 해상크레인‘현대만호’는 전날 지면에서 8도 가량 일으킨 세월호를 10도, 40도, 60도, 90도, 94.5도 등 6단계에 걸쳐 순조롭게 들어올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선체를 들어올리기 위해 인양 당시 세월호를 받치고 있던 수평빔 33개에 수직빔 33개를 연결했다. 이 해상크레인에 매달린 8개 고리 중 전방 4개가 수평빔, 나머지 후방 4개가 수직빔을 들어올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전명선 4ㆍ16 가족협의회 위원장은“30여명 현대삼호중공업의 직원들이 나서서 세월호를 바로 세우니 감동이 벅차 올랐다”면서“이번 바로 세우기를 통해 앞으로 조사도 미수습자 와 진실규명 등 안전하게 마무리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때 잠수함, 폭발물 등 인터넷을 달궜던‘외부 충돌’흔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슨 세월호 좌현은 침몰 이전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었다. 옆으로 누운 상태로 육상에 거치했을 때 받침대로 설치한 33개 철제 빔이 선체 일부를 가리기는 했지만, 선수에서 선미로 이어지는 윤곽선에 특별한 손상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좌현은 반대편 우현이나 상ㆍ하부와 달리 대부분 녹 덩어리로 변한 상태였으며 받침대 역할을 한 철제 빔도 선체 좌현과 마찬가지로 적갈색 녹으로 뒤덮였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현재 좌현 외부를 보면 외력에 의한 충돌이나 함몰된 흔적이 안 보인다”며“선조위 측 전문가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정면이나 측면에서 충돌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충돌설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세월호는 해상크레인과 선체를 연결한 와이어를 해체하고, 내부 안전 보강 작업이 끝나면 미수습자 수색이 재개된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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