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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지옥훈련 앞세워 만년꼴찌서 우리 천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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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즌 최하위 우리은행 이끌고
6시즌 연속 정상에 ‘반전 드라마’
4년 재계약 맺고 10연패 도전
“선수 기량 끌어올리는 게 내 임무
팀 전력 유지에 대한 고민이
나와 팀을 지탱하게 만들어줘”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만년 꼴찌 팀이 이듬해부터 6시즌 연속 리그를 평정했다고? 요즘 유행어처럼 “이거 실화냐”라고 묻고 싶을 텐데, 한국 여자프로농구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그 믿을 수 없는 반전 드라마를 농구판에선 ‘위성우 매직’이라 부른다.
패배의식에 젖어 희망이 보이지 않던 아산 우리은행은 2012년 위성우(47) 감독 부임과 함께 단시간에 무섭게 변했다. 위 감독은 선수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 제2의 농구 인생을 시작한 뒤 실패를 몰랐다. 신한은행 코치로 6년, 우리은행 감독으로 6년 최근 12년 동안 정상에만 섰다. 위 감독이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고 지난 8일 4년 재계약을 하자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은행이 10연패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여자농구에서 한 팀의 지휘봉을 10년간 잡는 것은 위 감독이 처음이다.
위 감독의 키워드는 ‘지옥 훈련’이다. 땀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시즌 전 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한계에 몰아넣는다. 지금은 선수들의 민원(?)을 받아 들여 강도를 줄였지만 첫 시즌(2012~13)을 준비할 때는 쉴 틈 없는 훈련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패턴 훈련 시엔 선수들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할 때까지 시간 제한 없이 반복했다. 숙소 식당 조리사가 밥을 차려놓고는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라 너무 힘들어 사표를 던지려고 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위 감독은 “처음 사령탑에 올랐을 당시엔 혈기왕성할 때라 농구에만 집중하느라 조리사분이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의욕이 정말 강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위 감독을 보좌했던 전주원 코치는 “그 때 감독님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있었다”면서 “감독님과 조리사분 양 쪽 입장을 중간에서 헤아리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위 감독은 선수들을 풀어줄 때는 한껏 자유롭게 놓아주지만 코트 안에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신발 끈을 대충 묶거나, 잠깐이라도 요령을 피우는 것을 용납 못한다. 길이 28m, 폭 15m 코트 위에선 고참이든, 신인이든 같은 대우를 받는다.
위 감독은 “오래 감독 생활을 하다 보니 훈련을 열심히 하는 척만 하는지,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훈련량은 모든 팀이 비슷한데, 가장 중요한 차이는 훈련 때 누가 더 집중하느냐다. 결국 집중력에서 성패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안 받기 전 위 감독은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밑에서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결과도 좋았다. 6년 연속 우승으로 ‘신한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탰다. 최강 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최하위에서 전전긍긍하던 팀이 손을 내밀어 고민도 많이 했다.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꼴찌는 안 할 자신이 있었다”는 위 감독은 “3년 계약을 했지만 1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안 되면 그만 두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져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첫 우승 순간을 돌이켜봤다.
위 감독의 지도 철학은 따로 없다. 단지 ‘만수’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이상범 원주 DB 감독 등 선배 지도자들을 보며 끊임 없이 연구하고 공부한다. 그리고 전술, 전략보다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선배들의 경험, 리더십을 유심히 파악해 장점들을 흡수하려고 한다.
그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우리은행도 언젠가는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6연패를 달성한 신한은행도 내리막을 탔다. 성적을 내면 그만큼 기량이 출중한 신인 선수 선발권은 후순위로 밀리고, 팀 리빌딩도 늦어진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이 고민했던 것을 우리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우리 시스템에 녹아 들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수 저변이 약한 탓에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게 임무이자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지난 시즌 우리 팀도 내려갈 줄 알았는데 잘 버텼다”며 “항상 팀 전력을 어떻게 유지시킬지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한 부분이 지금의 나와 팀을 지탱하게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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