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엔 검색창만... 댓글 정책은 언론사 일임

입력
2018.05.09 16:28
2면

네이버, 여론조작 대책 3분기 개편

모바일 초기 화면 옆으로 밀면

이용자가 언론사 선택해

기사 읽는 ‘뉴스판’ 신설

관심 뉴스 자동으로 뜨길 원하는

고객엔 AI 추천 ‘뉴스피드판’

매크로 24시간 모니터링 강화

의심 정황 땐 즉시 수사 의뢰

현재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왼쪽)과 구글 첫 화면.
현재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왼쪽)과 구글 첫 화면.

네이버 첫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뉴스가 사라진다. 대신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해 기사를 읽는 별도의 뉴스 코너가 신설된다. 이 코너에 주요 기사를 배치하는 편집권은 전적으로 언론사가 갖는다. 기사에 달리는 댓글 운영 역시 언론사별 원하는 방식을 네이버가 적용해 준다.

사람이 개입해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5개 기사를 배치함으로써 소수 뉴스 콘텐츠에 3,000만명의 이용자가 몰리고, 이로 인해 여론 조작 세력의 타깃이 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 뉴스가 집중 배치되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기술적 대책만으론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3분기 안으로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 제외하고 주요 뉴스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해 노출하는 ‘뉴스판’(가칭)을 신설할 것”이라며 “매크로 등 편법 행위를 막는 시스템 개편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네이버 개편 주요 내용_신동준 기자/2018-05-0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네이버 개편 주요 내용_신동준 기자/2018-05-09(한국일보)

이번 ‘드루킹 사태’는 네이버 담당자가 선택한 뉴스가 접속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노출돼 ‘댓글 조작’의 범죄 장소로 악용될 수 있는 환경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의 악용을 네이버 기술이 잡아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

우선 ‘이용자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되는 뉴스판은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도록 자리 잡는다. “매일 네이버를 열어 아주 일상적으로 하던 습관을 다음 화면으로 밀도록 바꾸는 것은 큰 변화다”라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뉴스판에는 언론사가 정한 순서대로 기사가 배열되고,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언론사를 선택하면 된다. 이곳에서 댓글 허용 여부, 댓글 정렬 방식 등은 개별 언론사가 결정한다. 이에 맞는 시스템 변경, 기술적 지원은 네이버가 제공한다.

3분기 네이버 개편 작업이 끝나면 모바일 첫 화면은 기사들이 배치돼 있던 곳(사진 가운데)이 비워지고 검색 중심의 기능만 남게 된다.
3분기 네이버 개편 작업이 끝나면 모바일 첫 화면은 기사들이 배치돼 있던 곳(사진 가운데)이 비워지고 검색 중심의 기능만 남게 된다.

자동으로 관심 뉴스가 뜨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선, 인공지능(AI) 뉴스 추천 ‘뉴스피드판’(가칭)을 별도 코너로 두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보조 역할을 하도록 한다. 네이버는 일체 인간 개입 없이 추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I 뉴스 추천은 구글도 이미 운영하고 있다.

뉴스 이용자 분산을 위해 정치권 등에서 요구했던 아웃링크(기사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접속) 전환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다만 인링크(포털 내 기사 표출)를 원하는 언론사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일괄 전환이 아닌 개별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댓글 조작 방지책으로는 계정당 댓글 수 제한 등에 그친 지난달 1차 개편보다 한층 강화된 기술적 조치가 추가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댓글 작성 차단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최대 3개)의 댓글 수 통합 제한 ▦댓글 내용 복사 후 붙여넣기 행위 시 인증 단계 추가 ▦비행기모드로 인터넷주소(IP) 변경 방지를 위한 통신사 협조 요청 등이다. 한 대표는 “매크로 공격 24시간 모니터링은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의심 정황 발견 시 즉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며 “매크로 모니터링 결과와 수사 의뢰 등 대응 현황을 정기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차 대책이 지엽적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조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짰다”며 “즉시 수사 의뢰, 대응 현황 공개 등 기본 원칙도 세워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공감ㆍ비공감 클릭 등의 서비스를 그대로 두고 있어 댓글 조작의 원인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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