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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휴게소 완판녀' 이영자 키운 대표작 4

입력
2018.05.05 10:00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전국 맛집 음식을 맛깔나게 소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제공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전국 맛집 음식을 맛깔나게 소개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제공

“강릉 휴게소 가면 감자 작은 거 있어요. 감자가 막 거짓말을 해. ‘난 감자가 아니다. 난 꿀이다.’ 그 정도로 맛있다니까요.”

“꼬막 살이 쫙 올랐을 때 양념이랑 부추 넣고. 뜨겁게 한 밥 딱 퍼서. 꼬막 반, 밥 반 해가지고 양념장 해서 쓱쓱 비비면…. 입에 촤악 한 번 넣으면 ‘나 잘 살았다.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다.’ 이런 느낌 든다니까.”

토크 실력이 난데없이 관찰예능프로그램에서 터졌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고정 출연 중인 개그우먼 이영자 얘기다. 매회 남다른 표현력으로 휴게소 음식을 칭찬해 ‘휴게소 완판녀’로 떠올랐다. 얘기만 들어도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생생한 설명이 포인트다. 식재료를 공수해오는 과정부터 조리 과정, 먹은 후 감상평까지 섬세한 묘사를 듣고 있으면 절로 군침이 돈다.

갑자기 생겨난 예능 감각이 아니다. 수십 년 간 방송 경험으로 쌓은 농익은 토크 실력이 이영자의 관심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영자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까지, 남다른 예능감으로 사랑 받았던 프로그램을 돌아봤다.

SBS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를 통해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SBS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를 통해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1994)

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영자는 1994년 방송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코너를 이끌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 동명의 영화를 패러디한 콘셉트로 제작됐다. 버스안내양인 이영자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버스에 태우고 콩트를 곁들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코너다.

그는 일부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사용하며 우직한 시골 처녀를 이미지로 구축했다. 탄탄한 연기력과 재치 넘치는 멘트, 돌발 상황에 순발력 있는 행동이 코너의 재미를 살렸다. 방송인 홍진경과의 콩트 연기도 웃음 포인트. 이영자는 “안 계시면 오라이”라는 시원한 유행어를 낳으며 첫 번째 전성시대를 열었다.

1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 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에서 이영자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푸근한 시골 아줌마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 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에서 이영자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푸근한 시골 아줌마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 KBS2 ‘슈퍼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1995)

이영자는 더 나아갔다. 28살 아가씨가 뽀글머리 가발을 뒤집어쓰고 시골 아줌마로 분했다. KBS2 ‘슈퍼선데이’의 코너 ‘금촌댁네 사람들’은 금촌이라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훈훈한 정과 웃음을 담은 시트콤 형식의 콩트다. 이영자는 40대 주부 금촌댁을 맡았다.

어릴 적 어머니를 도와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팔면서 소녀의 풋풋함보다 장사꾼의 억척스러운 기질을 드러낸 이영자였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맛깔 나는 아줌마 연기로 ‘금촌댁네 사람들’은 시청률 40% 대를 기록하며 ‘슈퍼선데이’의 최고의 코너로 몇 년간 사랑 받았다. 개그우먼으로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그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MC로도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다이어트 파문' 이후 이영자는 tvN '택시'를 통해 진행자로 재기했다. tvN 제공
'다이어트 파문' 이후 이영자는 tvN '택시'를 통해 진행자로 재기했다. tvN 제공

3. tvN ‘현장토크쇼 택시’ (2007)

2000년대 초반 이영자는 ‘다이어트 거짓말’ 파문으로 긴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다이어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사실을 숨긴 것이 타격이 컸다. 공식 사과하고 몇 년 후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활동을 재개했지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한동안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콩트 위주의 개그에 강세를 보였던 이영자는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하면서 새 예능 트렌드에 적응하고 감을 찾기 시작했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택시에 탑승한 승객들에게 진솔한 얘기를 끌어내며 여성 MC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드러냈다.

이영자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사연을 보낸 이와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KBS 제공
이영자는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사연을 보낸 이와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KBS 제공

4.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2010)

이영자는 2010년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통해 지상파로도 복귀했다.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싸늘한 반응도 나왔지만, MC 4인 체제에서 제 역할을 해내면서 8년째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민에 빠진 사연 보낸 이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사연 보낸 이의 남편에게 “아버님, 저랑 나이가 동갑이다. 젊은 아빠다”라며 1960년대 아버지처럼 권위적인 남편을 나무랐다. 또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고생 옆에서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푸근하게 사연 보낸 이를 위로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화법으로 대신 화를 내주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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