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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무더위에 하루 12시간 작업… 실습생 과로사시킨 선장 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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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카타르 항구 정박 중
8시간 규정 무시하고 작업 지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하루 12시간씩 선박 청소를 시켜 실습 선원인 해양대 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화학물 운반선 선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한웅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화학물 운반선 G호(1만9,998톤) 선장 이모(6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 1~7일(현지시간) 중동 해역을 운항하며 하루 8시간씩 근무하도록 정해진 규정을 무시한 채 하루 12시간씩 작업을 하도록 지시해 실습 선원인 목포해양대 3학년 장모(당시 23)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당시 카타르 메사이드 항구에 정박 중인 G호에서 미얀마 출신 선원(45)과 함께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장씨는 G호에서 매달 500달러(약 53만원) 정도의 품위유지비와 근무수당을 받으면서 실습 중이었다. 해양대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1년간 대학 실습선과 외항선을 타고 현장경험을 쌓아야 한다.
당시 G호 1등 항해사는 선박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 없이 작업을 하던 다른 정규직 선원이 구토를 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자 이씨에게 “선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건의를 무시한 채 장씨 등에게 과도한 작업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G호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 소재 A해운이 관행적으로 선원들이 초과 근무를 했더라도 정상 근무를 한 것처럼 근무기록지를 작성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G호는 싱가폴 해운업체 소유이나 관리는 A해운에서 맡고 있다. A해운은 장씨가 숨진 다음날인 지난해 8월 8일 부산해양경찰서에 사망 사실을 신고했다. 부산해경은 지난 1월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같은 달 이씨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가혹한 근로를 강요 당하는 실습 선원들의 실태를 확인한 사건”이라며 “앞으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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