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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에 밀렸나” 美대사 후보 교체로 황당한 호주

입력
2018.04.25 15:12
맬컴 턴불(오른쪽) 호주 총리가 지난 2월10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의 주 호주대사 지명을 환영하며 남긴 트윗. 사진은 2016년 9월 턴불 총리가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맬컴 턴불(오른쪽) 호주 총리가 지난 2월10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의 주 호주대사 지명을 환영하며 남긴 트윗. 사진은 2016년 9월 턴불 총리가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애초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대사로 내정됐던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주한 대사로 변경 지명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호주 정부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한국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빅터 차 주한대사 후보가 밀려났을 때 한국의 상황을 고스란히 호주가 겪고 있는 셈이다.

25일 해리스 사령관이 주 호주 대사 후보에서 주한대사 후보로 옮긴다는 보도가 나오자 호주 정치권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호주 야당 노동당의 페니 웡 외교분야 대변인은 “우리와 미국의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대사직이 18개월째 공석인 상황은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여당연합의 팀 피셔 전 호주 부총리는 호주연합통신에 “1년은 업무 우선순위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2년째 이러는 것은 명백한 모욕이다.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며 “주호주 대사가 있었다면 트럼프가 이제 와서 재가입하고 싶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애초에 탈퇴를 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과거 호주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앤드류 시어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태안보분야 수석고문은 “누구도 북한 상황이 중요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로 동맹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호주는 초라한 취급을 받았고, 트럼프 정부의 엉망진창 인사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라고 평가했다.

주호주 미국대사직은 존 베리 전임 대사가 2016년 9월 사퇴한 후 후임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사퇴한 주한대사보다 먼저 공석이 됐기 때문에 공백기도 더 길다. 해리스 사령관은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경계하며 대(對)중국 강경 발언을 이어 온 인물로, 최근 아시아 태평양 권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호주의 입맛에 맞는 대사 지명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해리스 사령관의 지명 소식이 나오자마자 트위터에 “캔버라에서 보자, 해리!”라고 트윗을 남기며 크게 환영한 바 있다.

호주 정부는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25일 호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존 설리번 미국 국무장관 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도전에 직면한 상황과 그로 인해 직무 변경이 이뤄진 상황을 이해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임 국무장관(마이크 폼페이오)이 집무에 나서자마자 새 주(住)호주 대사로 적절한 인물을 지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 언론은 해리스 사령관이 빠진 주호주대사 자리에 퇴임하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나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주한대사 유력 후보로도 거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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