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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고발이 범죄? 미투에 안일함 드러낸 日자민당

입력
2018.04.24 17:4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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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女기자 제보 되레 비판

지난 20일 검은색 옷으로 차려 입은 일본 야당 여성 의원들이 '#미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재무성을 방문해 후쿠다 준이치 전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지난 20일 검은색 옷으로 차려 입은 일본 야당 여성 의원들이 '#미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재무성을 방문해 후쿠다 준이치 전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성희롱 논란에 휘말린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전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의 사임과 관련,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집권세력이 성희롱과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자민당 소속 시모무라 하쿠분 (下村博文) 전 문부과학장관은 후쿠다 전 차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여기자가 녹음 파일을 주간지에 건네준 것과 관련해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시모무라 전 장관은 지난 22일 한 강연에서 “후쿠다 차관이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발언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몰래 녹음해 방송국 기자가 주간지에 파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이튿날 공산당에 의해 공개됐다.

TV아사히 소속 여기자는 여러 차례 후쿠다 전 차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다 지난 4월 해당 발언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회사에 보고했고 보도되지 못하자 주간지 슈칸신조(週刊新潮)에 녹음 파일을 건넸다. 그러나 시모무라 전 장관은 여기자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몰래 녹음한 후 주간지에 건넸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다.

시모무라 전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공개되자 “여기자가 처음부터 주간지에 제공할 의도에서 몰래 녹음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고, 그런 우려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고 한 표현은 부적절했다. 솔직하게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언어도단”이라며 “국민과 자민당 의원 간의 인식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민당 소속 나가오 다카시(長尾敬) 중의원 의원도 지난 20일 트위터에 여기자 성희롱에 대해 항의하는 야당 여성 의원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미투 운동을 조롱하다 여론 뭇매를 맞았다. 나가오 의원은 검은 옷을 입은 야당 여성 의원들이 재무성을 항의 방문한 사진을 올리고 “내게는 성희롱과 인연이 먼 분들”, “저는 여러분에게 절대 성희롱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라는 글을 썼다가 나중에 이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그런데도 자민당 지도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사람마다 각자 문제를 보는 방식이 있다”며 당에서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이날 “당사자가 속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세상에는 여러 의견이 있다”며 후쿠다 전 차관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후쿠다 전 차관을 파면 등의 징계 없이 사임하도록 해 비판이 일고 있다.

도쿄=김회경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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