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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0년 이상 해묵은 과태료고지서 무더기 발송 빈축

입력
2018.04.24 04:40

안동 300건 등 경북 전체 1300건

2007년 이전 속도위반 등 과태료

“경찰-지자체 등 연계 미비 탓

압류ㆍ대체압류로 시효 남아

안동경찰서 전경. 안동경찰서 제공.
안동경찰서 전경. 안동경찰서 제공.

경찰이 10년도 더 지난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체납 고지서를 뒤늦게 무더기로 보내 운전자 등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과태료를 냈는데 또 왔다며 경찰에 항의했지만 “영수증이 없으면 구제할 수 없다”는 답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모(50ㆍ안동시 용상동)씨는 최근 경북경찰청으로부터 14년 전 속도위반 과태료 4만원에다 가산금까지 7만원을 납부하라는 체납과태료 납부 독촉서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기억하기엔 분명 낸 줄만 알았던 과태료 고지서가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14년이나 지나 날아왔기 때문이다. 관할 안동경찰서에 항의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영수증이 없으면 구제방법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김씨는 “집문서도 아닌데 누가 14년 전 몇만 원짜리 과태료 납부 영수증을 보관하냐”며 “꼼짝없이 2번 내야 하게 됐다”며 실소했다.

이 같은 일은 안동뿐 아니라 구미 포항은 물론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해묵은 과태료 납부고지서를 받아 든 운전자들의 항의로 일선경찰서 민원실은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2월부터 발송하기 시작한 장기체납과태료 납부독촉 고지서는 1,300건이 넘는다. 이 중 안동경찰서에만 300건에 이른다. 유독 안동경찰서에 많은 것은 워낙 오래 전 일이라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 경찰서 민원실 교통업무 담당자는 “평소에도 교통민원 분야는 민원인들의 거친 항의가 다반사여서 기피하는데, 과태료 징수실적이 근무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는 과태료 자동발송시스템이 구축된 2007년 이전 부실한 과태료 징수 시스템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과태료를 제때 내지 않은 차량에 대해 관할지자체를 통해 해당 차량을 압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기로 하다 보니 일부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 압류됐어야 할 차량도 등록원부에 나타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매매나 말소가 됐고, 주소이전 등의 이유로 운전자나 차량소유주가 체납사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차량 소유주들은 징수시효가 지났다며 납부를 거부하지만 현행법상 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서위반행위 규제법상 과태료 시효는 5년. 하지만 해당 차량을 압류하거나 예금계좌 등 대체압류를 통해 시효가 중지된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 이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경찰 간에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아 과태료 관리가 미흡했고, 이 과정에 누락된 체납과태료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과태료를 납부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체납고지서를 취소하거나 환급하겠다”고 해명했다.

권기웅기자 lucy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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