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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 몸에 머리 이식,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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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해도 윤리문제 남아
현대판 프랑켄슈타인 수술일까, 꼭 필요한 장기이식술일까.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여러 시체의 장기를 짜깁기 한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내용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200년이다. 소설 속 생명 창조까진 아니지만 생명 연장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양한 장기이식연구가 현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식이 필요한 신체기관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거나, 돼지 등 다른 동물의 장기를 쓰는 이종 간 장기이식 등이다.
최근엔 뇌사자의 몸에 머리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의 머리를 이식하는 머리이식술까지 논의되고 있다. ‘헤븐(HEAVEN) 프로젝트’라 이름 붙은 이 이식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머리 이식수술을 위해선 비록 뇌사했으나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잘라야 하기 때문에 살인행위라는 비판이 따른다. 반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뇌사한 사람이 심장ㆍ폐 등을 기증할 때 누구도 기증자를 죽인다고 표현하지 않는다”라며 “헤븐 프로젝트는 살인이 아니라, 뇌사자의 전신을 이식하는 수술”이라고 반박했다.
헤븐 프로젝트는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가 2013년 온라인 학술지 ‘국제외과신경학’에 머리이식술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신체 공여자와 수여자의 몸에서 피부→근육→혈관→척수 순으로 목을 분리한다. 그런 다음 생물학적 접합제(PEGㆍ폴리에틸렌글라이콜)를 활용, 공여자의 신체와 수여자의 머리 혈관을 먼저 잇고 척수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36시간이다. 현재 런샤오핑(任曉平) 중국 하얼빈의대 신경외과 교수 연구진들과 김 교수 등이 헤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머리이식술은 20세기 초부터 일부 과학자들이 동물 대상 실험을 해왔다. 1908년 미국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 밑 부분에 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식된 머리는 거꾸로 꿰매져 있어 서로 턱이 맞닿아 있었다. 머리가 두 개인 개는 합병증 등으로 접합수술 7시간 만에 안락사됐다. 1954년 러시아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아예 개의 상체를 다른 개의 상체에 이식했다. 머리가 둘이고, 다리가 여섯 개인 이 개는 수술 후 29일 동안 생존했다. 1970년에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로버트 화이트 교수가 두 마리 원숭이의 머리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각 원숭이는 듣고 먹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추신경계는 연결하지 못하고 머리만 교환한 것이어서 하반신은 마비된 상태였다. 수술 후 9일 뒤 원숭이들은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 사망했다. 면역거부반응은 몸 안의 면역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적으로 여겨 공격하는 것이다.
헤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렌 교수도 2014년 머리를 이식한 쥐 80마리 중에서 18마리가 세 시간 이상 생존했다고 논문을 발표했다. 다만 화이트 교수의 원숭이 실험 때처럼 척수까진 연결하지 못하고 머리와 몸통의 혈관만 이은 것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결국 끊어진 중추신경계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머리이식술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개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척수를 자른 뒤 다시 연결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쥐의 경추신경을 잘랐다가 다시 붙여 운동신경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쥐는 3주가 지나자 뒷다리를 움직였고, 4주 후에는 앞다리까지 자유롭게 움직였다. 앞서 2014년 독일 연구진은 신경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질병신경생물학’에 척수가 절단된 쥐에 PEG를 사용했더니 신경세포가 다시 연결되고, 몇몇 쥐는 뒷다리를 움직일 수도 있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사람과 거리가 먼 쥐에서 실험적으로 증명한 데다 모든 쥐의 신경이 이어진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머리이식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면역거부반응과 정체성 혼란, 뇌사자 매매 등 윤리적 문제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면역거부반응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겠지만, 뼈ㆍ피부ㆍ신경 등 신체를 대상으로 한 복합조직이식은 단일장기이식보다 면역체계가 반응할 게 많아 오히려 면역거부반응이 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워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노재경 전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진 않는지 철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 카나베로 박사는 이듬해 머리이식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했으나 아직 정확한 수술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윤리적 문제 등으로 언제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신체수여자도 척수성 근육위축증으로 사지가 마비된 러시아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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