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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열전] 조던ㆍ오닐 없이도 22년 NBA 최강팀 유지

입력
2018.04.19 04:40
25면

21차례 PO 진출… 우승 다섯 번

영혼의 단짝 던컨과 19년 1001승

선수 육성과 팀 문화·시스템 구축

최다승 잭슨 감독보다 인정받아

美 4대 스포츠 한 팀 최장수 감독

올해 선수 부상으로 최악의 시즌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 AP 연합뉴스.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 AP 연합뉴스.

미국 NBA 농구 격언에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샌안토니오 걱정”이란 말이 있다. 샌안토니오는 1997~98 시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려 21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개근했다. 이 기간 승률은 60%를 넘었고, 60승 이상 달성한 시즌도 6번이나 된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샌안토니오는 꾸준히 리그 최정상팀으로 군림했다.

그 중심에 1996~97 시즌 중반부터 22년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명장 그렉 포포비치(69) 감독이 있다. 현역 감독 중에서는 미국 4대 스포츠(미식축구, 야구, 아이스하키, 농구)를 통틀어 한 팀에서 가장 오래 연임하고 있는 감독이다. 팬들은 “샌안토니오의 힘은 포포비치 감독에 있다”는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샌안토니오를 5차례나 NBA 정상에 올려놨다. 물론, NBA 최다 우승 감독은 필 잭슨(11회)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포비치를 잭슨보다 더 우수한 감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잭슨 감독은 11차례 우승하면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등 당대 최고 선수를 상당 부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해 보유했다. 반면, 포포비치는 팀 던컨과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카와이 레너드 등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팀 전력을 구축했다. 선수 육성 등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체계적인 팀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도 명장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NBA 명장으로 평가 받는 마이크 부덴홀저(애틀랜타 호크스) 감독도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1996~2013년)을 했고, 2014년부터 골든 스테이트를 맡은 스티븐 커 감독도 샌안토니오 스퍼스 선수 출신이다. 그만큼 ‘팀 샌안토니오’의 영향력은 NBA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포포비치 감독은 1973~79년까지 모교인 공군사관학교 농구팀에서 보조 코치로 처음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포모나 핏처 농구팀 감독(1978~87년)도 역임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는 1988년 보조 코치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1994년 운영진으로 진로를 바꿔 스퍼스 단장 겸 농구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때 포인트 가드인 에이버리 존슨을 영입하고 데니스 로드맨을 트레이드 하는 등 굵직한 결정을 내렸다.

팀 던컨과 그렉 포포비치 감독. AP 연합뉴스.
팀 던컨과 그렉 포포비치 감독. AP 연합뉴스.

영혼의 단짝 팀 던컨

1996-97시즌 스퍼스의 기둥이었던 데이비드 로빈슨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후 스퍼스는 연패의 길을 걸었고, 포포비치는 당시 감독이었던 밥 힐을 해임하고 자신이 감독으로 앉았다. 샌안토니오는 이후에도 션 엘리엇, 첫 퍼슨, 비니 델 니그로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20승 6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포포비치에게는 이 사건이 전화위복이 됐다. 그 해 드래프트에서 ‘영혼의 단짝’이 된 팀 던컨을 뽑았기 때문이다.

포포비치의 일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2015-16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팀 던컨이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19시즌 동안 승리 횟수는 무려 1,001승이다. 포포비치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였던 던컨을 잡기 위해 버진 아일랜드 세인트크루아섬으로 날아가 의례적 만남 대신 함께 나흘 동안 섬을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던컨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수영을 즐긴 후에야 비로소 농구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만큼 던컨을 영입해 키우는데 공을 들였다. 그렇다고 포포비치가 던컨을 특별대우 한 것은 아니다. 작전 지시나 자신의 임무에 소홀하면 불호령을 내렸다. 포포비치 밑에서 선수 시절을 보낸 스티브 커 감독은 “포포비치가 던컨을 대하는 것을 보면 던컨이 스타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17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7-18 NBA 포스트시즌 골든 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17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7-18 NBA 포스트시즌 골든 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취임 후 최대 위기 극복할까

그런 포포비치의 샌안토니오가 올해 포포비치 감독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사실 샌안토니오의 위기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포스트 던컨’ 시대 에이스로 꼽혔던 카와이 레너드가 부상을 입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레너드가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면서 샌안토니오는 나락의 길로 떨어졌다.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고군분투했지만 레너드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토니 파커는 올 시즌 직전 부상으로 한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고 포인트 가드 패티 밀스는 다른 팀 가드진과 비교할 때 비중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때 순위가 10위까지 밀리면서 “이러다 2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8위)까지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아무리 명장이라 한들, 그의 전술을 따라줄 선수가 없다면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지난 17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7-18 NBA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2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에 패했다. 지난 15일 1차전 21점차 대패에 이은 뼈아픈 연패다. 상대 에이스 스테픈 커리가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는데도 시종일관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팬들은 아직 승부를 뒤집을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는다. 21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저력과 팀의 사령탑 그렉 포포비치가 건재 하기 때문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ㆍ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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