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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믿고 밀어 붙였는데… 커지는 조국 책임론

입력
2018.04.1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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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ㆍ해외출장 내용 자체가 없었다” 옹색한 변명

야권 “조국 수석 경질하고 청와대 인사라인 사퇴해야”

홍종학 장관도 의원 막바지 ‘땡처리 후원’ 논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 논란에 위법 판단을 내리고 김 원장이 곧바로 사퇴하자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라인의 검증을 믿고 김 원장 인사를 사실상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도 거론된다.

김 원장이 자진 사퇴를 결정한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문제가 됐던 해외출장 건에 대해서는 민정에서 검증을 했고, 후원금 문제는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했다”며 “후원금이나 해외출장에 대해서는 검증할 때 내용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금감원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김기식 원장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받았으나 민정의 설문지에는 잔여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없었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언론보도 이후 민정의 요청에 따라 2016년 선관위 답변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또 “민정수석실은 그 당시 선관위 답변서가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중앙선관위에 질문서를 보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추상 같은 검증을 하지 못한 뒤 옹색한 변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낙마한 만큼 후임은 더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했어야 하는데 금융개혁 적임자라는 이유로 김 원장에 대한 검증은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특히 언론과 야당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민정라인이 김 원장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은 뼈아픈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셀프후원이나 피감기관 지원이 국민 눈높이 맞지는 않지만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고, 불법은 아니라는 판단이 이날 선관위의 ‘위법’ 내지 ‘위법 소지’ 판정으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청와대가 김 원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임 실장이 선관위에 김 원장 논란에 대한 적법 여부를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내고, 뒤이어 문 대통령이 “4가지 의혹 가운데 한 가지라도 문제가 되면 사퇴시키겠다”는 이례적 성명까지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민정라인이 안이한 인식으로 검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책임론이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는 중이다. 특히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19대 국회의원 막바지인 2016년 남은 정치후원금 420여만원을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좋은미래에 ‘땡처리 후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기식 쇼크가 일파만파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은 당장 검증을 책임졌던 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지 못하게 하고 선관위 결정으로 금감원장을 사퇴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몰고 온 것에 대해 청와대 인사라인과 민정라인의 총사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국회의원 정치후원금과 해외출장 기준은 이번 기회에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원장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가 선관위에 적법성 문의를 한 것도 김 원장이 낙마를 하더라도 차제에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와 해외출장 관행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정지용ㆍ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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