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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김기식의 보름 천하…금감원장 최단기 낙마 불명예

입력
2018.04.1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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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수장 두 명 물러나

개혁 인사로 분위기 잡으려다

더 꼬여버린 금감원 망연자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2일 금융 개혁을 진두 지휘할 적임자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은 각종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혀 결국 14일 만에 사퇴했다. 이는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 재임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 달 만에 수장 두 명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김 원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금융권 안팎에선 개혁 성향 수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청와대가 최흥식 전 원장 낙마 이후 공백 기간을 두지 않고 곧바로 김 원장을 후임자로 발탁한 것만 봐도 이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례적으로 “금감원 기능 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는 데 힘써달라”는 환영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으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이 나온 데 이어 정치자금을 셀프 기부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졌다. 의원 임기 말엔 정치자금으로 비서를 대동하고 유럽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쏟아지는 의혹에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김 원장은 지난 8일 외유성 출장 논란에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출장 후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이미 싸늘해진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인 시절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원칙을 내세운 김 원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며 도덕성에 큰 타격이 입었다“며 “결국 그를 금감원장으로 앉힐 가장 큰 명분 자체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며 김 원장은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식 외부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김 원장은 이날 오후에도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 행태를 강하게 질타하며 금감원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날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그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원장이 물러났지만 이번 일로 금감원은 또 한번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채용비리로 임직원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던 금감원은 최 전 원장 취임을 계기로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을 선언하며 권위와 신뢰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되레 하나금융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아들을 채용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 6개월 만에 낙마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가 낙점한 김 원장까지 사퇴하며 금감원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진 상황이다. 김 원장은 최단기 낙마한 최 전 원장의 기록을 한 달 만에 또 다시 갈아치웠다.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다.

어수선해진 금감원과 금융권의 분위기를 다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선 인사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증에 공을 더 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지시한 금감원 내부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울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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