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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김기식의 보름 천하…금감원장 최단기 낙마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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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수장 두 명 물러나
개혁 인사로 분위기 잡으려다
더 꼬여버린 금감원 망연자실
지난 2일 금융 개혁을 진두 지휘할 적임자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은 각종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혀 결국 14일 만에 사퇴했다. 이는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 재임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 달 만에 수장 두 명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김 원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금융권 안팎에선 개혁 성향 수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청와대가 최흥식 전 원장 낙마 이후 공백 기간을 두지 않고 곧바로 김 원장을 후임자로 발탁한 것만 봐도 이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금감원 노조는 이례적으로 “금감원 기능 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는 데 힘써달라”는 환영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으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이 나온 데 이어 정치자금을 셀프 기부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졌다. 의원 임기 말엔 정치자금으로 비서를 대동하고 유럽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쏟아지는 의혹에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던 김 원장은 지난 8일 외유성 출장 논란에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출장 후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이미 싸늘해진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인 시절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원칙을 내세운 김 원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며 도덕성에 큰 타격이 입었다“며 “결국 그를 금감원장으로 앉힐 가장 큰 명분 자체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며 김 원장은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공식 외부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김 원장은 이날 오후에도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의 고금리 영업 행태를 강하게 질타하며 금감원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날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그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원장이 물러났지만 이번 일로 금감원은 또 한번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채용비리로 임직원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던 금감원은 최 전 원장 취임을 계기로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을 선언하며 권위와 신뢰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되레 하나금융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아들을 채용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 6개월 만에 낙마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가 낙점한 김 원장까지 사퇴하며 금감원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진 상황이다. 김 원장은 최단기 낙마한 최 전 원장의 기록을 한 달 만에 또 다시 갈아치웠다. 금감원장 임기는 3년이다.
어수선해진 금감원과 금융권의 분위기를 다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선 인사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증에 공을 더 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지시한 금감원 내부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울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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