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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항소, 실리 챙긴 박근혜

입력
2018.04.15 17: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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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근령씨 항소장 근거로 진행

재판 거부ㆍ정치 이슈화 명분 얻어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4년 중형을 선고 받은 1심 결과에 대해, 기한 내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항소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동생이 제출한 항소장을 근거로 향후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재판 보이콧 전략을 고수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항소만기일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나 서울구치소 등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동생 근령씨가 1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또한 지난 11일 1심에서 무죄가 된 혐의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형사소송법상 상소는 피고인의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할 수 있다. 다만 이 항소나 상고는 피고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 하지는 못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법원에 항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면 박 전 대통령 측 항소는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이상 항소한 것으로 보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13일 유영하 변호사와의 접견 때는 물론 이후에도 항소 여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사는 “직접 항소장을 안 내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는 게 바로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태도로 보면, 직접 항소할 의사는 없지만 그렇다고 동생이 진행하는 항소를 막을 의사 또한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직접 항소를 하면 재판 거부를 계속할 명분이 줄어들고, 항소를 안 하면 재판 결과가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대신 이 사건을 계속 정치적 이슈로 삼아 장기적으로 사면을 염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사면받겠다는 노골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어차피 24년 형을 다 산다고 생각하지 않다 보니 항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발적 항소가 박 전 대통령 전략이라면 2심에서도 재판 거부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6일 구속기한이 한차례 연기된 이후 재판을 보이콧했다. 박 전 대통령 측 국선변호사는 “여전히 사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1심에서의 행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조만간 박 전 대통령 2심 사건을 배당한다. 2심 재판부는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 전 박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 관계자는 “항소접수 기록을 피고인에게 보내면 20일 이내에 항소 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항소장을 제출한 근령씨의 뜻과 피고인의 뜻이 같은지를 알아본 뒤 재판에서 다룰 범위를 정하는 절차 등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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